짙은 노란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미나리아재비는 굼부리 능선 길 전체가 자신의 터인 양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바람에 흔들린다.
국화과의 선씀바귀가 '순박'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흰 꽃을 줄기 끝에 우산모양으로 달려 있다.
미나리아재비(왼쪽), 선씀바귀(오른쪽)
나지막한 산 오르고, 높은 산 기분 낸다.
인근의 금오름과는 식생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 띄엄띄엄 나타나던 가시덤불과 소관목도 사라진다. 굼부리 능선 탐방로는 억새만 무성하고 전망이 확 트인다.
억새풀 뒤로 당오름이 다가온다
북서쪽으로 굼부리가 열린 정물오름은 남동쪽으로 트인 인근의 당오름과는 등을 마주 보고 돌아앉았다.
정물오름 정상에 올라 사방을 돌아본다. 동쪽으로 한라산에서 서쪽으로 수월봉, 남쪽으로 산방산에 이르는 제주 서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정상 가는 길, 정상 쉼터, 한라산과 그 앞의 오름 군(위에서 부터)
북쪽으로 고개를 조금 돌리면, 누운오름, 새별오름, 큰바리메, 족은바리메가 가까이 보이고, 바로 밑에는 초록의 목장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누운오름, 새별오름, 큰바리메, 족은바리메
서쪽에 이웃한 금오름의 정상에 설치된 통신탑과 굼부리 동쪽 능선의 띠 군락이 눈에 띈다. 엠마오연수원 숙소동의 붉은 지붕이 녹지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이다.
금오름과 성이시돌 엠마오연수원 풍경
다음 일정으로 잡아놓은 당오름이 발밑에 있다. 벌어진 굼부리 앞으로 송악목장의 파란 지붕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당오름과 송악목장
남쪽 한창로 건너 마주 보이는 도너리오름과의 사이에 골프장 시설이 넓게 차지하고 있다. 뒤로 멀리 있지만 존재감이 뚜렷한 산방산과 군산은 알아보기 쉽다. 오른쪽은 남송이오름이다.
도너리오름 뒤로 군산, 논오름, 산방산, 남송이오름이 보인다.
개가 가리켜 준 명당, 정물오름 굼부리
멀리 저지오름이 모습을 드러내고 저지곶자왈과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골프장은 금오름 쪽으로 구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상 너머 억새군락을 지나면 곧 빽빽한 소나무 숲을 만난다. 내려가는 남서쪽 사면은 가파르다. 야자매트 탐방로는 나무 계단으로 바뀌고 거의 바닥까지 계속된다.
정물오름에서 본 저지오름과 저지곶자왈, 블랙스톤 제주 CC
소나무 밑에는 관중이 많이 자란다. 또 낙엽 활엽 덩굴성 반관목인 멍석딸기가 갈고리 모양의 가시를 감춘 채'질투'하듯 연분홍 꽃을 내민다. 아내는 관중의 포자낭을 살핀다.
관중(위 왼쪽), 멍석딸기(위 오른쪽)을 살핀다.
천남성이 녹색 바탕에 흰 선이 있는 깔때기 모양을 한 꽃을 달고 있다. 꽃잎 끝은 활처럼 말려서 꽃봉오리를 덮고 있다. 꽃말처럼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많은 듯하다. 독이 있는 식물이라 조심스럽게 꽃잎 끝을 들추어 본다. 꽃봉오리 가운데에 면봉처럼 생긴 것이 달려 있다.
천남성
가파른 계단이 끝나고 탐방로는 완만한 지대를 지나간다. 굼부리 안의 곳곳에 산담이 보인다. 이 오름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개가 가리켜 준 옥녀금차형의 명당 터' 이야기가 있다.
금악리에 살던 어떤 이가 죽자, 기르던 개가 상제의 옷자락을 끌고 정물오름 명당 터로 갔다고 한다. 개가 알려준 곳에 묘를 쓴 후손이 뒷날 큰 복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 명당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명당 전설 때문인지 오름 안팎의 기슭에는 산담(무덤)이 많다.
옥녀금차형의 명당 터' 전설 때문인지 무덤이 많다.
이 오름 서쪽, 성이시돌젊음의집과 엠마오연수원 사이에 '알오름'이 있다. '정물알오름'이다. 길은 연결되지 않는다.
정물오름은 탐방시간이 짧은 코스다. 오름 오르는 재미를 알게 한다. 얕은 산을 단시간에 오르고,정상에서 느끼는 쾌감은 높은 산 올랐을 때와 맞먹는다. 나지막하지만 조망이 뛰어난 오름으로 손꼽을만하다. 이웃한 당오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2023.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