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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Nov 21. 2023

만장굴 특별탐험대

만년의 비밀 속으로 2

대부분의 용암동굴은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진다. 공기와 맞닿은 표면이 먼저 굳어 천장을 만든다. 빈 통로가 생기면서 동굴 형태를 갖춘다. 계속해서 흐르는 용암의 열침식작용으로 바닥을 녹여 동굴은 점점 깊어진다.

만장굴 1구간

"반갑습니다.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 큐레이터 고정범입니다. 오늘은 만장굴 1구간(비공개 구간)과 김녕굴을 탐사할 것입니다. 2시간 반 남짓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니 화장실 먼저 다녀오세요. 헬맷과 장갑, 랜턴을 챙기세요."


벵뒤굴 탐사 때와 달리 지급되는 장비가 단출하다. 착용 장비만으로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굴이 넓어지천장도 높아지니 걷기가 수월하다.

큐레이터는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제주도 자랑을 시작으로 설명을 한다.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에 와서는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의 한 부분으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합니다." 

만장굴 2입구 개념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원래 하나의 굴이었다. 부분적으로 무너지거나 막혀서 여러 개의 동굴로 나누어졌다.


가장 긴 동굴이 만장굴이다. 만장굴은 동굴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되어 3개의 입구가 있다.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입구는 제2입구이다.

만장굴 2입구의 1구간 출입구

2 출입구로 들어간다. 만장굴은 부분적으로 다층구조를 지닌 용암동굴이다. 상층굴을 먼저 탐사한다.


"만장굴은 총길이 7.4km 중 2 입구에서 상류 쪽으로 1km의 2구간만 공개구간입니다. 1구간과 3구간은 비공개구간인데, 오늘은 하류 쪽에 위치한 1구간을 탐사합니다."

1구간 상층굴

"2층굴입니다. 상층굴을 150m 정도 가다가 돌아와, 다시 하층굴로 내려가서 1입구로 나갈 예정입니다. 랜턴을 켜고 오십시오. 바닥이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


난이도가 벵뒤굴보다 낫다고 했는데 여기도 만만찮다. 상층굴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난코스가 나온다.

V자 함몰구조

바닥이 V자 함몰구조로 되어 있다. 바닥은 미끄럽고 가운데로 경사가 급하다.  걷기가 힘들어 조심조심 지나간다.


"V자 함몰구조는 앞에 막혀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 용암 수위가 낮아지면서 살짝 굳었던 용암이 주저앉아 생긴 골짜기입니다."

파호이호이 용암

V자 함몰구조를 지나니 평평한 너럭바위가 나온다. 너럭바위의 무늬가 아름답고 다양하다. 뜨거운 용암이 식어 굳는 과정에 표막이 밀려나면서 특이한 무늬가 만들어진다. '파호이호이' 용암이다. '파호이호이'라는 말은 하와이 원주민 말로 '매끈하다'는 뜻이다.


더 밀려난 것도 있다. 밧줄구조 용암이다.

밧줄구조

"밧줄처럼 꼬였지요. 용암이 살짝 상태에서 밑으로 흐르던 용암이 당겨져서 이런 주름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줄구조는 파호이호이 용암의 표면이 줄 모앙으로 주름진 구조를 말한다.  줄구조를 나타내는 용암은 만장굴 부근의 용암대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용암교

 "앞에 보이는 것이 무엇으로 보입니까"


용암교다.

용암이 흐르면서 처음에 표면은 식어서 굳어져 천장을 만든 다음, 그 아래로 굳은 바위를 녹이면서 다시 용암이 흐른다. 다리 같은 모습으로 남았다. 다리 뒤에 용암 기둥도 생겼다.

"포토존입니다. 기념 촬영하세요"


우리는 돌아나가야 한다. 상층굴 탐사는 여기까지다. 더 갈 수 있지만 천장이 무너져 낙반이 널려 있다. 탐사하기가 어렵다. 꼬마탐험대는 이 길을 짚신을 신고 횃불 하나만 들고 최초로 탐사했다고 하니 놀랍다.

다시 2입구로 나와서 한 층을 내려간다. 가파른 계곡이 생겼다. 사진으로 묘사가 어렵다.


"저 밑에 까지 내려갈 것입니다. 벽이 툭 튀어나왔죠. 아래층 천장이고 한층 올라와 위층의 바닥이 보이지요."

다층 구조

무너졌지만 지하 4층 구조가 확인된다. 용암동굴은 지하 1층부터 아래로 만들어간다. 식어 굳어진 용암이 천장을 하나 만들고, 다시 굳은 용암을 녹여 그 아래층의 천장을 만든다. 지하 2층, 지하 3층을 차례로 만든다. 용암튜브 내를 흘러가는 용암의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동안 새로운 용암층이 생겨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다층구조의 용암동굴을 형성한다. 


"층과 층을 만든 시간차는 과학적으로 연구된 자료가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용암유선

타이어 자국 같은 게 희미하게 보인다. 용암유선이다. 벽면에 선으로 용암 수위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벽면에 다양한 높이의 용암유선이 그어진 것은 용암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만장굴은 주 통로의 폭이 18m, 높이가 28m에 이르는 큰 규모의 동굴이다. 벵뒤굴과 달리 서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하층굴은 진입하여 좁은 통로를 만나지만 잠깐이다. 바로 넓은 통로를 만난다. 좁은 부분과 넓은 부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용암동굴 내부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용암의 열에 의해 바닥은 녹고 천장에 용암이 달라붙어 매우 불규칙한 동굴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큐폴라

하층굴은 상층굴에 비해 훨씬 안전한 구조로 되어있다. 바닥은 평탄하고 미끄럽지도 않다. V자 함몰 구조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천장은 높아지고 위로 오목하게 들어가 완만한 U자형 곡선을 그린다. 이러한 천장 구조를 '큐폴라'라고 한다.

용암 두루마리

마치 하수관처럼 길게 이어진 용암 생성물이 있다.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말려 있다.


"미쳐 덜 굳은 용암이 밑으로 꺼지면서 말려들어 생긴 용암 생성물입니다. 용암두루마리 또는 용암롤이라고 합니다."

아아용암

만장굴처럼 내부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동굴생성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용암동굴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표면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아아용암도 보인다.

물이 찼던 흔적

"벽면에 가로로 길게 선명한 선이 보이지요. 물이 찼던 흔적입니다. 폭우로 빗물이 흘러들어 여기까지 가득 찼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동굴 안에도 홍수가 난다. 집중 호우가 내리면 물에 잠긴다. 15년 전에는 수위가 1m 20cm까지 높아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균열 센서로드

그물이 깔려 있다. 천장에서 돌이 떨어지고 있는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건 진동계이다. 균열 센서 로드로 벽에 균열이 진행되는 것을 모니터링한다.


"동굴 안에 각종 모니터링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온도와 습도도 측정합니다. 지금 13°C정도 되었네요."

벽면에 박테리아가 쌓여 간다.

"냄새가 좋지요. 미생물입니다. 자연의 냄새가 납니다. 숲에 가서 쌓인 낙엽을 들춰보면 나는 냄새. 그 냄새여. 흙냄새여. 하얀 미생물들이 살아갑니다."

낙반과 용암제방

용암동굴은 세월이 흐르면서 지붕이 괴되어 새로운 창구조가 생기거나 커진다. 동굴 내부의 약한 부분은 붕괴되어 낙반이 굴을 막기도 한다. 암의 표면이 얇게 굳으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 전체가 내려앉게 되어 용암제방 형태가 나타난다.

암흑 체험

"일반적으로 밖에서는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 할지라도 어딘가 모르게 여명이 조금 보여요. 그런데 여기는 사방이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이게 암흑입니다. 아무 말 없이 30초만 있어 볼까요."


조명을 모두 끄고 암흑의 세계를 체험해 본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요 그 자체다. ‘칠흑 같은 어둠’은 1만 년 전 용암이 만들어낸 ‘불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공포보다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박쥐가 붙었던 흔적

상층으로 올라가는 천장에 박쥐가 붙었던 흔적을 발견한다. 만장굴에는 수 천 마리의 긴가락박쥐와 제주관박쥐가 서식한다. 박쥐가 뚫린 천장창을 통해 동굴로 들어와 겨울잠을 잔다. 모기, 파리 등의 해충을 포식하여 훌륭한 구충제 역할을 하는 박쥐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고 한다. 감염병 팬데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구촌은 박쥐 최대 서식지인 만장굴의 생태학적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아쉽게도 박쥐는 만나지 못했다.

1입구가 보인다.

드디어 동굴의 끝이 보인다.


"저 앞에 여명이 보입니까.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이 보이자 만세를 불렀다고 합니다."


물론 앞에 보이는 여명은 꼬마탐험대가 탐사를 시작한 1 입구다. 만세를 불렀던 곳은 지금은 미공개로 남아있는 3 입구였다. 두려움에 떨던 꼬마탐험대가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 느꼈을 희열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겠나.

만장굴 1입구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뛰쳐나온 용암의 여행길은 월정리 바닷가로 계속되었지만 만장굴은 무너져 여기서 막혔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든 만장굴의 끝이자, 꼬마탐험대가 탐사한 만장굴의 시작점인 1 입구를 통하여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입구에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를 형상화한 작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세계자연유산본부 등은 70여 년 전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나섰던 모험과 도전의 길(김녕초등학교에서 여기까지 4.8km 구간)을 '부종휴 만장길'로 명명했다.

부종휴 만장길

우리의 다음 일정인 김녕굴 가는 길은 만장길과 일부 겹친다. 부 선생과 제자들이 동굴을 찾아 나설 때의 마음을 상상하며 만장길을 걷는다.(2023.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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