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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Nov 30. 2023

밀감 따는 날

밀감.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과일은 단연 밀감이다. 사과, 단감 등 다른 과일 값이 오르니 밀감을 더 많이 찾고 값도 좋다고 다. 새콤 달달한 과즙과 상큼한 향내는 겨울을 몰고 온다. 지금 서귀포 들녘은 황금빛으로 익은 밀감을 수확하느라 한창이다.

산방산이 내려다 보이는 현농원

제주도에 아는 사람은 딱 한가족뿐이다. 박 선생 부부다. 두 분 모두아내와 직장 동료였다. 퇴직 후 산방산이 내려다보이는 안덕면에서 밀감 농장을 다. 딸과 손자의 이름에서 따온 '현'농원이다. 오늘은 현농원의 밀감 따는 날이다.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일손을 도우러 왔다.

밀감 나무는 해거리를 한다.


"올해 수확이 시원치 않아요. 해거리를 해서"


그래도 길 지나면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루에서 딴 밀감으로 10kg짜리 10 상자를 만들 정도니 생각보다 많이 달린다. 밀감나무를 두고 '대학나무'라고 불렀던 때도 있었다. 밀감이 귀하고 값이 좋았던 1960년대에는  밀감나무 두, 세 그루만으로도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있었다하여 생긴 말이다.

낙과

나무 밑에 감귤이 널려 있다. 왜 옮기지 않고 방치하나 생각했다. 새가 쪼아 먹거나, 열매를 따다가 떨어뜨린 것과 자연 낙과한 것이다. 


감귤이 진상품이었던 조선시대에 이런 낙과가 생기면 낭패를 당한다. 관에서 민가에 있는 감귤나무를 철저히 조사해 관리했다. 감귤이 열리면 수를 일일이 장부에 기록하여 그 수량만큼 공납하도록 했다. 밀감 재배 농부는 수확시기까지 새가 날아와 쪼아 먹을까, 해충에 상할까, 비바람에 떨어질까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그 귀한 감귤나무를 '고통을 주는 나무'라고 여겨, 몰래 더운물을 끼얹어 고사시키는 일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선과기

따온 밀감을 상, 중, 하로 등급을 분류한다. 크기가 큰 것과 매우 작은 것, 껍질에 흠집이 생긴 것은 제주 밀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폐기한다. 지자체는 폐기한 일정량에 대해선 농가에 보상한다.

낙과로 보기엔 너무 양의 밀감이 쌓인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는데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한 것이란다. 다소 싱겁긴 하지만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




중국 원저우(溫州)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개량된  온주밀감은 수확 적기가 11월 중순에서 12월 초다. 하지만 일 년 내내 감귤은 이어진다. 종류가 다양하다. 종류에 따라 출하시기가 다르다.


새콤달콤한 노지 밀감은 10월에서 1월, 우뚝 솟은 한라봉은 12월에서 6월, 맛과 향의 천혜향은 1월에서 4월, 수분 가득한 황금향은 8월에서 12월, 붉은 식감의 레드향은 12월에서 2월, 달달한 봄 카라향은 4월에서 6월, 하우스 귤은 6월에서 9월에 판매된다.

한라봉

"엄마, 할라봉을 왜 한라봉이라 써 놓았어?"

이제 겨우 제 이름이나 쓸 줄 아는 아인이가 의문을 품는다.


제주 감귤을 대표하는 한라봉. 이름이 한라봉이라 제주도가 원산지인 것으로 착각한다. 1970년대 초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에서 청견과 병감을 교배하여 개발한 품종이다. 한국에서 처음 심은 뜻밖에도 1987년의 나주다. 1990년을 전후하여 제주도로 건너가면한라봉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제주도 이미지를  잘 결합한 한라봉은 제주도의 특산품이 되었다. 나무에서 갓 딴 한라봉은 신 맛이 난다. 시원한 곳에서 숙성시키면 당도가 높아진다.

천혜향

하늘이 내린 향이 천리를 간다는 천혜향. 1984년 일본에서 감귤 품종인 청견과 앙코르 2호를 교배하고 다시 마코트를 교잡한 개량종이다. 이를 서귀포 지역에서 생산하여 천혜향이란 이름을 였다. 일반 감귤에 비해 당도가 훨씬 높다. 과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사르르' 녹는다고 표현한다.

황금향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황금향이 감귤 가게의 선물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한라봉과 천혜향을 접목해 만든 신품종 과일이다. 껍질과 과육이 금색이라서 황금향이다. 브랜드명은 '부와 명품의 향기'를 뜻한다.


겉보기는 오렌지와 닮았고 과육은 한라봉과 흡사하다. 과즙은 수박만큼 많다. 향은 오렌지와 비슷하고 식감은 한라봉과 유사하나 신 맛이 거의 없고 달다.

병귤

병귤. 형태가 한라봉처럼 생겼다. 제주도 재래품종인데 일본 품종인 한라봉에 우선 이름에서 밀린다. 기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빈귤, 편귤, 홍귤 등 다른 제주 감귤류와 유전적으로 가깝다. 다른 재래감귤과는 달리 유일하게 독립된 개체로 유지되어 온 품종이다.

하귤

하귤. 제주의 길을 걸으면 정원이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래종 감귤나무다. 제주의 대표적인 여름귤로 여름에 먹는다 하여 하귤이라 한다. 껍질이 두껍고 쌉싸래한 신맛이 강하다. 설탕에 재워 시원하게 드는 편이 좋다.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며, 황금색 색깔의 열매가 크고 아름다워 조경수로 많이 활용한다.

문단

문단(붕깡).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많이 자라며, 인도 아삼(Assam) 지방이 원산지다. 열매의 크기가 작은 호박 정도로 감귤류 중에서 가장 크다. 열매는 매우 시고 쓰다. 식용으로 먹기도 하지만, 열매가 탐스러워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또 향이 은은하여 방향제로도 쓰인다.

회수 파크골프장

시대에 따라 '고통을 주는 나무'라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고, '대학나무'로 불리며 부를 낳는 나무이기도 했던 감귤나무는 귀한 나무였던 것은 틀림없다. 지금은 옛 영광과는 비할 바 아니지만 계속되는 품종개량으로 제주 대표 과일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 '관광나무'의 소임도 겸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파크볼을 치는 감귤 농부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감귤나무의 경제적 역할을 가름해 볼 수 있다. (202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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