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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Oct 13. 2023

핑크뮬리(털쥐꼬리새)

하늘에는 흰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다. 들판에는 구름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분홍색 꽃 뭉치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벼과 쥐꼬리새속의 털쥐꼬리새다. 보통 핑크뮬리로 불리며 분홍쥐꼬리새, 핑크뮬리그라스, 분홍억새라고도 한다.

휴애리 하늘정원

휴애리 하늘정원에 다녀왔다. 핑크뮬리가 만개하였다.

학명은 ‘Muhlenbergia Capillaris’다. ‘Capillaris’는 ‘머리카락 같은’라는 뜻의 라틴어 ‘Căpillár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면 산발한 분홍색 머리카락처럼 보인다.

미국의 따뜻한 초원에서 자생하던 여러해살이풀이다. 지금은 조경용으로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광지나 공원에서 도시 미관을 꾸미기 위해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 남원읍 휴애리, 안덕면 마노르블랑, 경주 첨성대, 부산 대저 생태공원, 합천, 고창, 포천, 안성 등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핑크뮬리를 식재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핑크뮬리는 분홍색 파스텔톤의 그림을 그린다. 젊은 연인들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모습에서 이 꽃의 「고백」이라는 꽃말이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원산지에서 지표식물 역할을 하던 핑크뮬리를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위원회는 2급 위해성 식물로 지정했다. 생태교란종은 아니지만  향후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래종의 위해성은 3개 등급으로 나뉜다. '생태계 교란 생물'인 1급은 수입과 유통, 재배 등을 금지한다. 2급은 당장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은 발견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생물이다. 위해도가 낮아서 관리 대상이 아닌 것은 3급으로 분류한다.

핑크뮬리

핑크뮬리는 번식력이 좋다. 환경부는 생태계에 퍼지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재배 자제 권고를 내렸다. 재배 지역을 벗어나 자연으로 퍼져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차원의 조치다. 다행히 아직까지 핑크 뮬리가 재배 지역 밖으로 번식이 확대되어 생태계를 교란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핑크뮬리는 겉 보기에 아름다운 꽃이지만 위해 식물로 분류된 만큼 지자체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식재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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