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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Oct 25. 2023

용암동굴의 겉과 속을 잇달아 만나는 길

[불의 숨길 3구간] 동굴의 길(1), 북오름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은 2구간 마지막에서 만난 웃산전굴과 3구간 들머리의 북오름굴, 대림굴을 포함하고 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연장 선상인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 자리 잡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천연기념물 제552호)

웅장한 규모와 다양한 동굴 생성물, 동굴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불의 숨길 3구간, 동굴의 길에서는 용암동굴의 겉과 속을 잇달아 만난다.

"반갑습니다. 북오름 동굴을 맡은 자연유산해설사 김상동입니다. 8천 년에서 1만 년 전에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폭발하여 14km 정도 떨어진 월정 바닷가까지 흐르면서 20여 개의  동굴이 만들어졌고요. 그중에서 8개가 제주도 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모체인 거문오름의 수직동굴에서 조금 더 내려와 벵뒤굴, 그다음 웃산전굴, 또 좀 더 내려와 북오름굴이 만들어졌습니다."

북오름 용암교

"이게 용암교입니다.

"동굴 안에서 볼 수 있는 생성물을 밖으로 드러나 있다. 용암동굴 천장이 무너져 용암교 뒤로 다른 용암교가 보인다.

낙반

용암교 밑바닥에는 천장으로부터 떨어진 암석이 늘여 있다.

"낙반이라 합니다. 한다. 동굴이 형성될 때나 그 후에 천장에서 암석이 떨어진 것입니다."

용암이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면 떨어진 낙반이 그대로 쌓여있지만 용암이 흐르는 경우에는 낙반은 용암에 의해 하류로 이동하기도 하고,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용암유선

"이 옆에 벽을 보세요. 금이 그어져 있죠. 그게 유선입니다. 용암이 흐를 때 흘렀다가 잠깐 멈추고 하면 층이 생기지요. 그 층을 보고 아 여기는 용암이 몇 번쯤 멈췄다 흘렀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동굴 속을 흐르는 용암의 양이 줄어들면서 용암의 높이를 알 수 있는 흔적이 벽면에 선으로 남겨진다. 이를 용암유선이라 한다.

용암대지 위에 나무들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용암교에서 보면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연약해 보이는 뿌리가 동굴 천장의 암반을 뚫는 것을 보고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벽면에 돌이 박혔어요.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화산암괴나 화산탄이 떨어져 화산쇄설층에 박혀 형성된 주머니를 탄낭이라 그래요. 이러한 지층구조를 탄낭구조라고 합니다. 돌이 박힌 것을 보고도 용암이 흐른 방향을 추측할 수 있다. 지금 이것을 볼 때는 용암이 어느 쪽으로 흘렀는 것 같아요. 이러한 지형이 잘 발달되어 노출된 곳이 고산 수월봉이에요. 수월봉은 세계과학 잡지에 올라있습니다."

"유선 밑에 선반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지요. 이게 용암선반입니다." 

용암선반은 용암동굴이 생성된 후, 동굴 내부를 흐르던 용암의 일부가 벽면을 따라 달라붙길게 돌출되어 마치 선반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북오름굴
북오름굴 입구

북오름굴은 길이 221m에 이른다. 동굴들 안에는 용암교, 용암선반, 동굴산호, 종유석, 유석과 같은 여러 종류의 동굴생성물이 보존되어 있다. 한국농발거미, 제주굴아기거미 등 다양한 동굴생물도 서식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행사에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북오름굴 입구는 철창으로 막아 놓았다.

"3구간 길이가 8.9km입니다. 걷는 시간은 3~ 4간 걸립니다. 길이 좋지 않은 곳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만장굴 3 입구를 지나면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집니다. 안내 표지판을 잘 살피며 걸어야 합니다. 잘 못 가면 덕천 마을로 연결됩니다."

용암대지 억새밭을 구불구불 이어간다. 땅 아래는 북오름굴이 지나간다. 덕천리 방목지의 풍경이 한가롭다.(2023.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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