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연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린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니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행정안전부 안내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오늘이 입추이건만 더위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 수술까지 했다. '느리게 걷는 올레길' 출간을 앞두고 눈을 많이 쓴 탓인지 원인은 확실치 않다. 세수하기가 어려워 꼼짝없이 집에 갇힌 신세다. 처음 출간한 나의 책이 서점 매대에 올려져 있다. 이 순간을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 정작 나는 확인도 못 했다. 지인이 보내주는 대형서점 매장에 진열된 사진을 보고 또 보며 흡족해한다.
인터넷서점도 이곳저곳 하루에도 몇 차례 들여다본다. 2주 연속 '주간 베스트'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잠시 올라왔다가 사라진 왕관이 그려진 '주간 베스트 여행 304위' 표시에 흥분하였는데 이번 주에는 260위로 44 계단을 뛰어올랐다. 순위는 낮지만 주간베스트에 든 것이 어딘데. 아내에게 자랑한다. 아이들에게도 연락한다.
어. 이건 또 뭐야. '국내여행에세이 주간 27위'.
어떻게 된 거야. 선전하고 있다는 출판사의 이야기가 허풍이 아닌가보네. 내일 출판사에 물어봐야겠다.
월요일마다 우체국에 들러 옛 동료와 친구에게 책을 보낸다. 책을 받고 보내온 덕담을 읽느라 더위를 잊는다. 스멀스멀 스며들기 시작한 희열감은 순식간에 가슴을 가득 채우고 넘쳐흘러 전신을 감돈다. 평생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과 만족감을 맛본다. 이런 것을 자아실현이라 하는가 보다.
"저는 조그만 책인 줄 알고 받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책인 줄 알았으면 ~~~ 일단 감사히 받고 은혜를 갚을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저랑 남편도 제주도를 너무 좋아합니다. 열심히 읽고 잘 다니겠습니다."
"제가 이제 막 집으로 들어와 책을 맞이했습니다. 급한 김에 머리말부터 읽었죠. 책을 내시는 과정과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사진이 많이 담겨 있어 책이 더 애착이 가고 이쁩니다."
"읽고 나서ㅡ여행체험담을 다양하게 서술하여 다녀온 사람이나 다녀올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 지역의 역사나 지명의 어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제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진의 적절한 배치로 현장감이 살아나 실제 올레를 걷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지인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응원 글(서평)을 수십 번 읽는다.
"참 욕심 많은 글이다. 올레 한길 걷는데 담은 내용들이 엄청 많다. 길을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넣었으니, 사물을 보는 눈과 세상에 대해 품는 마음이 매우 넓음을 알겠다."
일간지에 실린 '신간 소개'를 스크랩하여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최근 3년간 올레길을 걸으며 보고, 듣고, 알게 된 제주 이야기를 모았다. 올레길 코스는 묘하게도 ‘시흥(始興)’부터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제주섬을 한 바퀴 돌아 ‘종달(終達)’까지다. 저자는 “글을 발로 썼냐?”는 혹평에도 절대 동요하지 않는단다. 이 글은 진짜 발로 썼기 때문이다. 같은 길도 걸을 때마다 항상 새롭다."
오류와 편집의 아쉬움을 세심하게 지적하는 글을 주는 친절한 이가 있다. 혹시 재판(再版)을 찍게 되어 오류를 수정할 기회가 주어질는지 허황된 기대를 하면서 혹독한 검증에도 고마워한다.
선선한 바람 부는 올레 철이 되어 월간 베스트에 오르길 기대하며, 첫 출간의 기쁨에 겨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