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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Aug 31. 2022

말없이 그리움을 머금은 수국

카멜리아 힐의 봄

어제 윗세오름을 다녀왔다. 오늘은 쉬어가는 날이다. 수국전이 열리는 카멜리아 힐을 선택한다. 위치도 안덕면이라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사철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사진 찍기 좋은 곳, 카멜리아 힐. 원래는 동백수목원이다.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철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예쁜 꽃을 피운다.


카멜리아 힐에는 낮은 돌담과 제주 토종 동백으로 전통 올레길을 만들어 놓았다. 소박하고 진솔한 멋의 제주 중산간 마을을 재현하였다고 안내판은 설명한다.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이르는 제주도 방언이 올레길이다. 제주도의 거친 바람을 막아 집을 보호하려고 돌담을 쌓고, 동네 입구에 돌담으로 골목을 만든 것이 제주도의 올레길이다.


재현된 마을과 돌담, 동백나무길을 따라 수국이 활짝 피었다.  여름 장마를 알리는 물의 꽃, 수국(水菊)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이다. 원산지는 중국, 일본 등 동북아로, 수많은 품종이 만들어져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다. 물을 좋아하여 습지에서 잘 자란다.


꽃은 5~7월경에 핀다. 가지 끝에 작은 꽃이 모여서 하나의 큰 꽃을 이루는 산방꽃차례로 피는데, 꽃자루가 아래쪽의 꽃일수록 길고 위쪽의 것일수록 짧아, 각 꽃이 거의 평면으로 가지런하게 피어 우산 꼴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수국의 중국어 명칭인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뜻의 수구화(繡毬花)에서도 연상된다.


그 작은 꽃 안에 좁쌀보다 작은 꽃이 또 있다. 그게 진짜 꽃이다. 꽃잎은 4~5장이지만 꽃이 피면서 곧 떨어진다. 3~5장의 커다란 꽃받침 잎이 남아 꽃잎처럼 보인다.


꽃은 처음 필 때 연한 보라색을 띠던 것이 파란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색, 연두색 등으로, 피는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색깔을 바꾼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수국을 도깨비꽃이라고도 부른다.


키는 1.5m 정도로 줄기 아래쪽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무리 지어 자란다. 가장자리에는 엉성한 톱니가 있는 타원형의 넓은 잎은 마주나기 한다.


수국의 꽃말은 '변심'과 '진심'이다. 하나의 꽃에 상반된 두 개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수국의 색깔이 변화무쌍하여 종잡을 수 없어 '변심'이라 한다. 물이 부족하면 시들시들하다가도 물을 주면 금세 생기를 되찾는 모습은, 사랑에 목마른 연인이 상대의 '진심'에 감동을 받아 편안해지는 모습을 떠올린다.  


정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꽃도 피어 있다.

디기타리스(좌), 핫립세이지(우)

질경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디기타리스. '여우장갑', '요정의골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유럽, 서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꽃말은 '열애', '나는 애정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불성실' 등이다.


원산지가 멕시코, 미국(애리조나)인 핫립세이지도 피어있다. 꿀풀과로 분류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가정의 덕, 건강, 존경' 이다.


노루오줌(좌), 연꽃(우)

노루오줌도 보인다. 원산지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 동북아고 전국 각처의 산에서 자란다.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기약 없는 사랑, 소용없는 일' 등이다.


연못에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 연꽃도 피었다.  


누군가를 찾아
그렇게 헤매던 비가 그리워
기다리는 밤

우산도 없이
허탈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머리 위로

추적추적 나리는
그리움을
말없이 머금기만 한다.

<수국> 허욱도

허욱도님의 시 '수국'으로 글을 맺는다.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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