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지막 여정

올레21길(하), 하도에서 종달까지

by 정순동


해맞이 해안로로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 방문, 해물손칼국수 맛집'이란 큼직한 간판이 세워져 있다. 해녀인 시어머니와 해녀인 며느리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해물칼국집이다. 석다원이란 이름이 마을 풍경과 어울린다. 식당 앞 바닷가 자갈마당이 올레21길 중간 기착지다. 돌탑이 담을 이루고 있다.

석다원 앞, 마지막 올레 중간기착지

불턱과 각시당

해안로 곳곳에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이 있다. 이곳은 단순히 웃을 갈아입고 언 몸을 녹이는 공간만은 아니다. 서로가 물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의 공간이다. 잠수복이 공급되고, 온수목욕시설을 갖춘 현대식 탈의장이 설치되면서부터 볼턱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쓸쓸하게 남겨진 불턱은 억척스럽게 살아온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찾는 이에게 전하고 있다.

신당코지 불턱

각시당은 해녀와 어부의 안녕과 안전한 해산물 채취를 기원하는 해신당이다. '남당하르방', '남당할망'을 신으로 모신다. 해녀들은 음력 2월 13일 영등굿을 치른다. 성스러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각시당 주변에는 괭이밥, 큰금계국, 갯메꽃, 갯강활, 갯 무, 엉겅퀴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영역 다툼을 하며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각시당

멜튼개와 토끼섬(문주란섬)

하도리 굴동에 있는 갯담이다. 갯담은 바닷돌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둘러싼 겹담이다. 밀물 때 들어왔던 고기떼들이 썰물이 되면 담안에 갇힌다. 이를 원담이라도 한다.

멜튼개

문주란섬 가까이에 있는 멜튼개는 자연 빌레를 이용한 이중 갯담이다. 지금도 물고기가 몰려든다. 멜(멸치)이 많이 몰려드는 개라서 '멜튼개'라 한다.


바다 건너 토끼섬이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문주란 자생지다.

바다 건너 토끼섬이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된 문주란 자생지다.

희귀식물 자생지.

읍 소재지 세화리에서 하도리, 종달리에 이르는 해맞이 해안도로는 멀리 우도와 성산 일출봉을 보며 달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곳이다. 이 도로변에는 환경부 보호야생식물인 해녀콩, 황근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확인을 못해 아쉽다.


장미과의 상록 활엽 관목인 다정큼나무가 꽃말처럼 '순진'한 모습으로 '사랑의 고백'을 하듯 군락을 이루며 하얀 꽃을 피운다. 나무 위로 우도를 살짝 보이면서. 다정큼나무의 껍질은 고급 염료다. 명주실이나 고기그물을 염색할 때 이용된다.

다정큼나무

돈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상록 활엽 관목으로 '꿈속의 사랑, 자애, 편애'가 꽃말이다. 흰색 꽃이 점점 누른빛으로 바뀌고 있다. 향이 만리를 간다 하여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돈나무. 향이 만리를 간다 하여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들장미라고도 불리는 찔레꽃나무도 흰꽃을 피우며 무리 지어 자란다. 5장의 하얀 꽃잎이 소복이 난 노란 수술을 담고 있다.

들장미라고도 불리는 찔레꽃나무가 흰꽃을 피우고 있다.

또 해안도로는 종달리 수국길로 유명하다. 지미봉을 오르느라 수국이 피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5월 말쯤 우도를 갈 계획이다. 종달항에서 배를 타려면 수국길을 지나리라.


펄깨통. 지미오름 서북쪽 기슭의 하도리 창흥동 습지는 옛 이름이 펄깨통이다.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라 철새들의 먹이가 풍부하다. 주변은 갈대숲, 농경지, 지미봉으로 둘러싸인 철새도래지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저어새,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황새, 참매, 흑두루미 등이 관찰된다.

펄깨통


지미오름을 오른다.


제주섬 서쪽의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라면, 동쪽 끝의 이 오름은 섬의 꼬리 즉 땅끝이다. 그래서 지미(地尾)오름이다.

제주도 동쪽 끝의 이 오름은 섬의 꼬리 즉 땅끝이다. 그래서 지미(地尾)오름이다.

해발고도는 165.8m인데 비고가 160m다. 꽤 가파르다. 숨을 헐떡인다. 오르는 길은 긴 편은 아니다. 2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으니 숨 가품은 잠깐이고, 아름다운 주변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재미로 오름을 오른다. 잠깐 올라 높은 산에 오른 기분을 만끽한다.


오름 정상에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설치한 삼각점이 있다. 삼각점은 우리나라의 지도 제작, 지적 측량 등의 기준점인 국가중요시설물이다.

지미오름 정상의 삼각점

동쪽 바다 건너 소 모양을 한 섬, 우도가 웅크리고 있다. 성산 일출봉을 향해 서서히 헤엄쳐 나간다.


서쪽으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으로 대표되는 동부의 오름군이 구름과 어우러져 바다 위에 뜬 섬들이 모여 있는 듯하다. 가까이는 올레1길의 시작인 알오름, 두산봉이 가까이에 보인다.

동쪽 바다 건너 소 모양을 한 섬, 우도가 웅크리고 있다.

바로 발밑으로 종달리 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 바닷가로 가면서 돌담으로 경계를 지은 당근 밭, 감자 밭, 보리밭이 여러 색의 조각 천을 한 땀 한 땀 이어 꿰맨 조각 보자기를 펼쳐 놓은 듯한다.

밭담이 조각보처럼 펼쳐져 있다.

내려가는 길은 나무테크와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경사가 급해도 걷기가 편하다. 주변에 묘지가 여러 기 보인다. 화구가 벌어진 북사면 굼부리 안쪽으로 소나무와 관목림이 우거져 있다. 남사면과 서사면에는 해송이 조림되어 자라고 있다. 등산로 따라 까마귀쪽나무, 소나무, 찔레꽃, 동백나무와 인동, 댕댕이덩굴 등의 넝쿨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여정, 종달리(終達里)


오름을 내려서면 보리밭 사잇길이 운치를 더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상큼하게 느껴진다.

오름을 내려서면 청보리가 물결처럼 일렁인다.

'종달'이 들어가면 이름이 다 예쁘다. 부부식당은 평범한데 종달부부식당은 격을 한층 올려놓는다. 수목에 가려 살짝 드러낸 파란 지붕, 노란 출입문, 빨간 우체통, 작은 글씨의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부식당은 평범한데 종달부부식당은 격을 한층 올려놓는다.

종달항 앞에서 다시 바당 올레길이 이어진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물질 준비를 하는 곳, 물질 중에 쉬기도 하는 곳인 불턱. 방망세기 불턱은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빌레 위에 만들어져 있다. 종달리만의 유일한 유형의 불턱으로 최근 복원되었다.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빌레 위에 만들어져 있는 방망세기 불턱.

서핑보드가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다. 하늘과 바다를 함께 품고 물살을 가른다. 무엇보다 울긋불긋한 패러그라이더가 시선을 끈다. 아직은 훈련생들이라 스피디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서핑에 패러그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다.

카이트 서핑은 서핑에 패러그라이딩을 접목한 수상 스포츠다. 패러글라이더를 공중에 띄우고 카이트를 서핑보드에 연결한다. 파도가 없어도 서핑할 수 있다. 카이트가 바람의 힘으로 서핑보드를 끌면 물 위를 달린다.


종달바당.

마침내 올레21길의 종점이자 제주올레의 종점인 종달바당에 이른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제주섬을 한 바퀴 돈 제주올레길이 마칠 終(종) 도달할 達(달) 종달리(終達里)에 이르러서 마친다. 437km, 27코스의 긴 여정을 여기서 끝낸다. (2022. 5. 8)



운동 시간 2시간 56분(총 시간 4시간 17분)

걸은 거리 14.6km(공식 거리 11.3km)

걸음 수 20,194보

소모 열량 1,313kcal

평균 속도 4.9km/h ​​​​날씨 : 흐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