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선생 제주올레를 완주했습니다. 우리들의 올레 여행기를 완독하고 매회 댓글을 달아 응원해 준 강 선생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거센 바람이 집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 골목길을 만들었습니다. '올레'는 마을 입구의 큰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을 이르는 제주어입니다.
제주도 해안 지역을 따라 마을의 골목길에서 산길, 들길, 도로를 연결하여 섬 전체를 하나로 크게 잇는 도보여행길을 개발하여 이를 '제주올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아시다시피 스물일곱 개의 코스는 종점에서 다음 코스의 시작점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우도, 가파도, 추자도 코스처럼 뱃길로 연결된 곳도 있고, 고근산, 저지 곶자왈 코스처럼 가지가 뻗은 길도 있고, 내륙길과 해안길을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어 올레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코스도 있지만, 예외고요. 총 27코스, 무려 437km(2023년 5월 13일 기준)에 달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선택코스도 모두 걸었습니다. 그러니 29개 코스를 돈 셈이지요.
올레는 곳곳에 사람 사는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제주의 신화와 문화를 들여다봅니다. 제주가 항쟁의 역사로 점철된 곳이네요. 삼별초 항쟁, 목호의 난, 신축민란, 일제강점기, 4.3 항쟁,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초를 느리게 걸으며 생각합니다.
도전하기 쉽지 않았지요. 여정 역시 어려움도 많았고. 꼼꼼히 살펴볼 마음이었지만 놓치고 지나쳐서 다시 간 길도 여러 곳이고, 갑자기 내린 폭우로 다음날 이어 가기도 했고요. 들개에 물려 난생처음 119구급차를 탄 것은 이제 '올레의 추억'으로 남았네요. 처음엔 한 코스를 이틀에 걸쳐 나누어 걷기도 하고, 역방향으로 걷기도 하다가 아예 1코스부터 다시 걸었습니다. 하루에 한 코스를 완주하면서 섬을 시계 침 도는 방향(순방향)으로 우직하게 걸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순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구간마다 준비되어 있는 스탬프를 패스포트에 찍는 재미는 생각하는 것보다 쏠쏠한데요, 자신도 모르게 제주올레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합니다.
산에서 들에서 만난 들꽃을 검색하는 일은 올레길을 걷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모야모' 식물 검색 사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우도, 광치기, 용머리, 사계, 수월봉의 지질 트레일, 곶자왈의 신비함, 오름의 탁 트인 전망은 다크 투어리즘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전환시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요. 길동무인 아내와 내가 미식가가 아닌 것은 강 선생이 잘 알잖아요. 그런데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결벽증이 겹쳤지요. 완주하는 내내 아내는 도시락 준비하느라 수고했지요. 여행의 즐거움에는 먹거리도 한몫을 하는데 맛집을 들르지 못한 점이 못내 서운하네요.
잘 조성된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지만, 오름도 오르고, 바위틈을 건너기도 합니다. 돌길, 흙길, 호젓한 오솔길, 정겨운 밭담길, 해초를 말리는 바당길, 지겨운 아스팔트 길, 낭떠러지 위의 하늘길, 복작대는 도심의 시장길을 거쳐 이제 제주올레여행자센터 앞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