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나무 숲이야. 오랜 세월을 지켜온 이 전나무들이 왠지 그동안 바람이 들여주고 간 수많은 비밀들 중에 한 가지쯤은 우리에서 얘기해 줄 것 같지 않니?"
영화 <가을로>의 주인공 현우(유지태)가 삼풍백화점 참사로 약혼자 민주(김지수)를 잃고 10년이 지난 뒤, 민주가 남긴 '신혼여행 노트'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데, 여행 중에 가는 곳마다 세진(엄지원)과 마주친다. 현우는 여행의 마지막 지점인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서 민주와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세진를 다시 만난다.
"우리 왜 자주 마주치는 거지요"
"꼭 가보라고 했던 그 친구가 ㆍㆍㆍㆍ"
"민주 아는 거죠."
아름다운 천년숲길
오대산 월정사의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전나무 숲길은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하늘 높이 솟은 아름다운 길이다. 이 숲길은 '절로 가는 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길',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함께 한국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 '천년 숲길'이라는 수사가 붙은 월정사가 자랑하는 길이다. 영화 <가을로>,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전나무 숲길(좌), 금강연(우)
전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의 오대천에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열목어가 헤엄치고, 금강연의 경관 또한 빼어나다. 또 오대천을 그슬러 오르면 한강의 시원지라 일컬어지는 우통수가 있다. 『택리지』에는 한강의 시원지에 대하여 “강릉 서쪽이 대관령이고 고개 북쪽이 오대산인데, 우통수(于筒水)가 여기에서 나오며 한강의 근원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1918년 조선총독부 임시 토지 조사국에서 실측 조사한 결과에 따라 한강의 시원지는 태백시 하장면 금대산 밑 검룡소(儉龍沼)로 바뀐다.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월정사
월정사는 문수보살님의 지혜 광명이 가득한 불교 성지다. 643년(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문수보살를 친견하고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모셔 와서 이 절을 창건했다고 한다. 월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의 본사로 산하에 60여 개의 사찰과 10여 개의 암자가 있다.
육수 관음보살상
전나무 길에 못지않게 단풍이 아름다운 곳인데 아직 철이 이르다. 금강교를 지나 금강문을 못 미쳐 오른쪽 산기슭의 육수암을 먼저 들른다. 비구니승이 수행하고 있는 암자다. 법당을 수리하는 중이라 어수선한다.
육수암 칠보선원에는 손이 왼쪽과 오른쪽 어깨에 각각 3개씩 모두 6개가 달려 있는 육수(六手) 관음보살 상이 모셔져 있다. 현세에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지닌 관음보살을 표현한 작품이다. 육수관음상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성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적광전
가람의 중심에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신 전각이 있다. 원래 칠불보전이 있던 자리다. 1·4 후퇴 때 군사작전으로 국군에 의해 일곱 분의 부처를 모신 칠불보전은 10여 채의 전각과 함께 전소되었다.
1969년에 중건하여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있다. 오대산이 화엄ㆍ문수도량이라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함께 모시게 되었고, 그 상징적인 의미로 전각의 이름을 '적광전'이라 한다.
적광전(왼쪽), 보수공사 중인 팔각구층석탑(오른쪽)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적광전 앞에 고려 초기 석탑을 대표하는 팔각구층석탑이 있다. 현재는 보수공사 중이라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탑은 8각 모양의 2단 기단 위에 9개의 몸돌과 지붕돌이 올려져 있다. 탑신부는 위로 올라 갈수록 각 몸돌의 높이가 줄어드는 일반적인 석탑과 다르게,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로 만들어진 것이 특이하다.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감실이 있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왼쪽은 2020년 6월 모습이며 오른쪽은 2022년 9월 보수공사 중인 모습이다.
가볍게 들려있는 여덟 곳의 지붕돌의 귀퉁이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이 달려 있고, 금동 머리장식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석탑을 마주 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 다리를 세워 탑에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석조공양보살좌상은국보 제48-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성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월정사 부도군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길의 전나무 숲 속에 22기의 부도가 모여 있다. 스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는 이 부도들은 대부분 낮은 받침 위로 종 모양을 한 탑신이 올려져 있다. 간혹 2층 기단과 지붕돌이 있는 보인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월정사 부도군(강원도 문화재자료 제42호)
월정사에서 오대천을 따라 상원사로 올라간다.
편도 9km, 거기서 다시 적멸보궁까지 1.4km. 시간상 걸어서 왕복하기는 다소 벅차다. 버스를 타고 갔다가 걸어 내려오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몰랐다. 월정사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어 만원 버스는 그냥 통과한다. 할 수 없이 승용차로 상원사 주차장까지 간다.(2022.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