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왔던 바람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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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뭇가지 끝에서 분다고

보이지 않은 바람을 우리 눈에 보여주던

어느 시인의 말은 이제 필요가 없어진 듯

바람이 피부에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건물에 걸려 있는 장치들을 통해

자신이 그곳에 있음을 뚜렷이 드러낸다

왜 그리 바람이 험악해졌을까?

이것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해악의 하나일까?

시월에 만나는 바람에 우리는 지난 시간들 속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 현상을 만난다

아득하고 허허로운 바람을 만난다

여름이라면, 태풍의 하나라면 또 그러려니 하고

쉽게 수용하면서 피해 가려고 노력할 것인데

이것은 수시로 몸의 깊은 곳까지 들쑤신다

태풍이란 말이 따로 필요가 없을 듯

대단한 세기의 바람이다

어디에 자신을 두고 바람의 크기를 저울질할 것인가

온몸으로 다가오는 바람 앞에

고왔던 시인의 바람이 그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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