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그라지는 계절에
유독 불타는 듯 맵시를 뽐내는
꽃송이가 있다
닭벼슬처럼 생긴 꽃
정열적으로 주변의 온 기운을 빨아들인 듯
하늘 아래 오로지 붉다
피 같이 붉은 그 꽃잎이
내 마음을 애잔함으로 머물게 한다
서리가 내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가는 시간이다
홀로 마지막 자리를 지키며
빼앗길 줄 알고 마지막 성을 지키는 장수처럼
비장한 색상을 드러낸다
그 색상의 감각에
서늘한 겨울이 숨어 있다
겨울은 그렇게 맨드라미를 타고
우리 곁에서 자연의 이법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