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옷을 입은
계절의 벼랑에서 만나는 억새는
고귀한 넋처럼 다가온다
억새밭에 서면
유월의 영령들이 나타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 긴 백발
숱한 세월의 비련이 시간을 삼키고
이제 그렇게 세상을 떠돌고 있는 듯
잠시도 고개를 그냥 두지 못한다
맑은 하늘 아래
오로지 흰 옷으로 치장하고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의 칼끝 같은 심성을
은근히 응시하고 있다
그 심성들이 폭발해
애꿎은 민초들이 아프지 않게
기도,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