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노래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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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옷을 입은

계절의 벼랑에서 만나는 억새는

고귀한 넋처럼 다가온다

억새밭에 서면

유월의 영령들이 나타나

수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 긴 백발

숱한 세월의 비련이 시간을 삼키고

이제 그렇게 세상을 떠돌고 있는 듯

잠시도 고개를 그냥 두지 못한다

맑은 하늘 아래

오로지 흰 옷으로 치장하고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의 칼끝 같은 심성을

은근히 응시하고 있다

그 심성들이 폭발해

애꿎은 민초들이 아프지 않게

기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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