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공간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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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네가 거기 있었다

우린 이심전심으로 그곳에 앉았다

바다가 고운 모래로 자리를 깔고

아득한 수평선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린 아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바다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이 자주 말하는

무념무상의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를 떠올렸다

멍 때리기란 말이다

가장 적당한 언어가 우리에게 온 것이 아닌가 난 생각했다

시간은 보내지 않았는데 저들끼리 잘도

오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그곳에 머물 수 없는 시간이 되고

그네는 우리를 전송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엔 더 예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약속 함께

그네와 바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날은 아련하다

그 아련함은 달콤함으로 그곳에서 보았던 은모래를 지면으로 해서

정겨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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