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오랜만에 낀 안개다
비구름이 가득한 지난 며칠의 시간인데
오늘은 비구름 대신에 안개가 자욱하다
소설의 무진을 떠올릴 만큼
오늘은 거시거리가 그리 멀리 않다
우리의 눈이 불확실할 자라도
먼 산이 눈앞에 다가오곤 했는데
오늘은 산이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곳이 아득하게 보인다
우리의 세상이 이리 안개 낀 공간처럼
미래가 불투명하다
꼭 닦여지지 않은 동경을 보면서
백설공주를 찾는 듯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는 거리에
발도장을 찍을 시간을 생각하면서
아침 창문을 열어본다
한기가 스며든다
그 한기를 느끼며 이제 열매들을
수확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후엔 우산이 그려져 있는데
아직은 비는 생각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