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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생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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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에서 살면서 겨울에 되어서도


기이하게 눈을 볼 수 없더니


그 땅의 가장 남쪽 섬에 와서


그 섬도 가장 남쪽에 와서


이치에 맞지 않게 상식에 맞지 않게


눈을 만끽하는 겨울을 보낸다


해가 바뀌어 2025년 내 생애의 경이로운 시간들 속에


제주의 동남쪽, 표선에서 보내는 겨울의 하루는


눈이 친구가 되어주는 날이 많다


창문을 통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삶을 놓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빠져들고, 기억이 마비가 된다


그래도 그 순간이 흡족하고 즐겁다


교통에 마음이 가지 않아도 되는


눈 내리는 날은 내 가슴에 풍선을 가득 단 듯하다


훨훨 날아 내 지식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바다를 건널 듯도 하다


의지로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빛나는 눈빛이 되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듯하다


눈이 오는 날을 많이 만나고 있는


요즘 내가 머물고 있는 땅, 제주에서도 남쪽


나날이 경이로운 생활을 만나고 있다


다채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 속에는 눈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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