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쉬이 오지 않는 날이다
창문엔 수은 닮은 빗방울이 천상의 무늬를 만들고 있다
난 고기들처럼 하늘로 비상하는
나 자신을 만나고 있다
이 세상에 머물면서 가장 빛나는 한때가
나에겐 이런 때가 아닐까 하는 기이한 생각도 한다
언젠가 비를 맞으며 호기롭게 길을 가던
온몸에서 가락이 흘러나오던 때가 겹쳐 떠오른다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난
내 마음의 옷깃을 적시고 있다
아침이 아예 오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하루를 시간 속에서 지워내도 괜찮지 않을까
그처럼 시야에 감기는 모든 물상들이
그 물상들을 담는 내 마음의 그릇이
아득한 수평선을 담은 바다가 되어 있다
빗방울을 손바닥에 놓아 보기 위해
문을 나선다
바람이 살갗을 진하게 감싸고
우주가 무척이나 작아지고 있다
그 우주라면 내 품에도 담을 수 있을 듯하다
비와 시간, 기억의 파노라마가
삶의 정처로 재생되어 내 시간을 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