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걷던 길을 오늘 또 걷는다
어제는 끝일 것 같았는데
어제, 오늘은 다르리라 기대했는데
또 그 길을 걷고 있다
뭔가 참신한 풍경이 가다리고 있을 듯했지만
걷다 보니 또 익숙한 풍경이다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아도
조금만 다른 광경을 만나도 어색하다
어색한 정도가 아니고 어렵다
그래서 변화는 거리가 느껴지고
익숙한 것들이 편한 듯하다
여생을 생각하는 마당에 낯선 것들은
이상하게 거추장스럽다
그것은 호기심도 아니요 성장도 아니다
자기 연민이요 자기 학대다
그런 것에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
이런 어지러운 느낌들도 세월 때문인 듯
마음은 청춘의 기억을 더듬는데
느낌은 그렇지가 않다
내 걸어가는 길을 보니 낯설지가 않다
어제 만나던 그 길이요 그 길은 정지된 길이다
하지만 그 정지에도 시간이 들어 있다
늘 같은 길에도 시간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