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는 내 삶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간다는 것은 아픔일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
살아온 시간을 세상에 머물면서
이탈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젠 경제를 잊고 여유와 자유를 얻었다
원하지 않은 시간을 가질 필요도 없고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을 만날 이유도 없다
내 필요에 따라 찾고 만나고
거닐고 노래하면 된다
멋진 나무들도 만나고
매끄러운 조약돌도 찾고
예쁜 꽃들도 즐기면 된다
내 경로는 삶의 재시작이었다
퇴직을 한 후 제주로 날아왔다
제주에서 2년이 지나고 있다
제주의 많은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주는 은혜를 마음에 품었다
바다도, 오름도, 귤도, 고사리도, 바람도
모두가 내 삶이 되었다
시간이 간다는 것은 아픔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제주가 씻어 주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축복으로 바꿔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