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한 단상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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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노래가 귓가를 맴돌 때 사람들은 왜 찾아가 보지 않는가 생각을 했다. 찾아가 본다면 쉽게 궁금증이 해소될 것인데 말이다.



난 다른 일들에 대해선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가진 삶의 통로인 길은 늘 궁금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호기심일까? 아니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느끼는 허허로움 일가? 길을 찾고 들어서다 보면 다른 길이 시야에 다가든다.



난 목적지가 정해지는 길은 같은 길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식구들이 가정 형편상 구미로 이주하고 혼자 마산에 떨어져 살 때, 주말이면 구미로 올라갔다. 이상한 기러기가 된 것이다. 그때 다른 기억은 별로 없는데, 길을 찾았던 시간들은 눈에 아른거린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함안 국도를 타고 창녕으로


신반으로 합천으로 고령으로 심지어 진주, 거창으로


아니 간 도로가 없다



길은 그렇게 늘 나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이었다. 늘 도로를 만나면서 새로운 지식과 조우하다 보면 목적지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도로를 건너 있던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나라였다. 많은 시간이 그렇게 흐르면서 마산과 구미 사이의 도로들이 내 친구가 되어 있었다.



삶에 주어지는 많은 다른 것들에 대한 궁금증은 내 사람에 시간이 흐른 지금은 거의 감동이 없이 다가오는데, 길은 아직도 새로움이 되고 감동이 되어 나에게 다가온다. 요즘은 제주시에서 표선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그 사이의 길들이 눈에 밟히며 다가온다. 그것은 오늘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된다.



번영로가 그 옛날의 중부고속도로처럼 주된 나의 통로가 된다.


5.16 도로도 탄다


비자림로도 만나고


남조로도 눈앞에 있다


수망 교차로는 덤으로 다가온다


동서 일주로, 해안로는 제주에 와서 가장 먼저 살폈던 곳


간혹 1,100 도로도, 평화로도


곳곳의 골목길들도


자유와 감동의 자리가 된다



길은 항상 모두에게 열려 있다. 찾아보면 지혜를 주고 감동을 준다. 나에겐 살아가는 진한 의미를 제공한다고 생각해도 된다. 김정호의 넋이 씌었는지 모르겠지만 길은 나에겐 항상 미지의 존재요 설렘이다.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길 앞에 서서 두려움보단 호기심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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