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성큼 걷는다
앞뒤를 여밀 틈도 없이 하루가
나보다 빨리 걷고 있다. 아니 달리고 있다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도 도외시한다
아침을 먹었다 싶은데 저녁이다
하루를 가만히 쳐다보면 거인의 걸음처럼
우리 시야 밖에서 움직인다
오늘도 나는 조작조작 걷는다
더위에 몸을 던지며
어쩔 줄 모르고 허우적거린다
그 끝의 불빛은 생각도 않는다
하지만 문득 불빛이 다가와 있는 것을 보고
거대한 섭리를 깨닫는다
그래 그리 나보다 빨리 걷는 것임을
나와 상관없이 빛들은 찾는구나
찬란한 조명이 그 안에 있구나
하루를 성큼 걸어가는 세상을 보면서
갖은 세상의 다양한 색들이 동일하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