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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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들 속에 같이 했던

잎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열매를 키우고 열매를 보듬던 잎이

나무의 줄기에 눈을 남기고

땅으로 갔다. 그 가냘픈 잎새가

그리 무거웠던 모양이다

나무는 열매만 아프게 달고 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추워지고 서리가 내려야

열매가 단내를 풍기며 씨앗을

온전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하여 이렇게 아직도 나무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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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인간들의 지혜에 감탄한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 씨앗도 남겨주지 않고

열매를 다 거둬 간다.

그들의 입맛을 위해서

무한 인내를 만들어 낸다

그러다가 어찌 햇살과 벌레들과 새들이

사람들에게 고운 씨앗을 가끔은 빼앗아

푸른 하늘에 걸어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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