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 오름 행사

2025년 8월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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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 오름에서 1년에 한 번씩 용암이 흘러내려 간 길을 걷는 행사를 행한다. 2025년 올해도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8월 16일 찾았다. 마침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홍보도 좋았지만 행사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끈 모양이다. 나도 갑자기 참가하게 된 이유가 지인이 찾은 행사 개요 때문이었다.



거문 오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오름 중에서는 무척이도 지명도가 있는 곳이다. 거문 오름을 걷기 위해선 평소엔 예약을 하고 명패를 받은 후에 가능했다. 안내인과 동행을 할 수도 있고 단체를 이뤄 걸을 수도 있다. 거의 안내인과 동행을 하면서 설명도 듣고 걷기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거문 오름은 3코스가 개방되어 있다. 1코스는 정상으로 올라 전망대에서 관람하는 태크 길로 이루어져 있다. 오르기도 편하고 전망이 대단히 좋다. 주변의 오름을 살필 수 있는 곳도 있고 분화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쉬엄쉬엄 걷다 보면 만족감이 이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은 꽤 가파르게 되어있다.



1코스를 다 내려가면 2코스 출발점이 된다. 2코스는 분화구 안쪽이다. 분화구를 돌아보는 길이 형성되어 있는데 다양한 나무들이 자생하는 곶자왈로 이루어져 있다. 계절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습생들이 살고 있고 세월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많은 시간이 만들어낸 장쾌한 모습이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길이다.



2코스를 돌아 나오다 보면 3코스로 오르는 길이 있다. 3코스는 거문 오름의 분화구 둘레를 형성하고 있는 여러 봉우리를 도는 길이다. 3시간이나 걸라는 길이고 꽤 힘을 소모해야 하는 길이다. 거문 오름의 전반적인 모습을 알 수 있는 길, 이 길까지 걷기 위해선 시간을 아껴야 한다. 미리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



평소엔 화요일을 제외하고 이 3코스의 길이 열려 있다. 그런데 행사에서는 다른 길을 개방한다고 했다. 바로 용암이 흘러내려 간 것을 따라 길을 걷는 길이다. 평소엔 위험성 때문에 개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길을 연중 한 번 행사 때 개방을 하고 걷게 한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용암길이다.



오늘은 1코스 길을 타고 바로 용암길을 걷기로 계획했다. 그리고 그대로 행했다. 꽤나 긴 길이고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길이었다. 용암이 흘러내려 간 자취가 남은 곳은 깊은 계곡으로 되어 있고 무수히 자라난 나무와 나뭇잎들로 덮여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있는 깊은 공간들은 용암이 흘러내리던 그날의 장엄한 모습이 진한 울림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많은 일행들과 함께 용암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용암석이 곁에 있는 길들이 더러는 우리의 발을 붙들기도 하고 그곳에 붙은 이끼들이 우리의 발을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게 하기도 했다. 이 길을 평소에 개방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르고 내리는 길이 많이 없기에 대다수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용암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시간을 생각했다. 지질학을 생각했고, 제주도가 생성될 때의 그 현장을 그려보기도 했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것을 그린 영화를 보았고 그것이 마음에 담기면서 그려본 당시의 상황이었지만 얼마나 장엄했을지 마음에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두루 걸음이 무디어질 때 길이 넓어졌고 나무들도 시간을 잴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그것은 뜨거운 햇살을 우리에게 가져왔다. 걸음이 더욱 몸의 무게를 가지게 되었고 발바닥이 많이 넓어진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마음으로는 걷던 길에 에어컨 같던 동굴의 입구를 만났던 시간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목적지까지 이르렀다. 그곳에는 마을이 있었다. 멋진 외양을 가진 집들, 조금은 넉넉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용암길을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가본 길이었다. 무척 잘 찾았다는 마음이 되었다. 옆에 있는 사람도 걸음에 더러 몸을 가누지 못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더욱 맑아지는 듯했다. 소확행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는 용암길 걸음이었다. 아마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또 찾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거문 오름도 또 찾을 듯하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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