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단상

제주공항 길 능소화

by 이성진


20240917_054140.jpg?type=w773




생활이라는 게 기묘한 것이라서


굳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혼자 있을 때면 뭉게구름처럼 된다


모이고 흩어지고 조각되고 꾸며지기도 하면서


앞길을 예단할 수 없게 된다


햇살이 찬란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하루다


예보에서는 우산도 그려져 있더구먼


지금의 하늘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밖으로 나가고만 싶은 마음이 자란다


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도 달리고 싶고


오름이라도 하나 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가까운 맛집에도 들러


착한 가격의 점심을 먹고 억지라도


외지에서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두루 색깔 고운 정지된 세상이 되지 못할진대


자꾸만 달리며 생활의 날개를 달고 싶다


하면 제주에서의 내 걸음이


정지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있지 않을까


생활이 변화를 요구할지라도


그렇게 머물러 있고 싶다


그러면서 노랗게 영글 밀감을 그리며


정지된 화면을 만들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주 9월의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