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바닷가

by 이성진


바람으로, 포말로 세상이 울렁거리는


바닷가에 서다


사람이 작아지고 나뭇가지가 가늘어지고


돌까지 가벼워지는 섬뜩한 노래를 듣는다


섬이, 지구가, 태양계가, 우주가


까마득하게 다가오는 아득한 심연


무엇을 기억할지라도 왜소해지는


인간의 조각을 읽는다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함의 현상을 보고 있는


눈이 시리다


내가 무엇을 한다는 의식이 바람에 날리는


하나의 먼지 같다


이대로 바다가 소용돌이치고


행성이 빠르게 날아다닌다면


저 물들은 어떻게 될까?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생명은 어떻게 될까?


기억의 폭 너머에 있는 현상들이


사고의 한계를 넘는다


그러면 그냥 떨리는 손을 다잡고


의식을 놓아버리는 수밖에 없다


세상이, 바다가, 바람이


바위가 되길 바라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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