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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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기록이라고 하나


하루가 어찌 흘러가는 지도 모르고


낯선 언어들을 대한다


일상이 잡히지 않은 시간들을 곱씹다 보면


바람만 주위에 어슬렁거린다


그리 나누고 싶은 언어의 숲들이


요즘 내 가슴에서, 눈에서 멀어져 있다


폭우가 쏟아져 모든 일들이 쓸려 가버렸는지


아무런 내용도 남아 있지 않다


참 만지기 어렵고 마음에 넣기가 숨차다


그렇게 11월도 마지막 날이 되었다


한 해가 종착역이 보이는 즈음


낯선 언어들과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서럽다


행복과 충일이 젊은 시간 숱하게


언어의 숲에 머물렀는데


이제 그 숲에는 한기만 돈다


하루의 기록이라고 11월의 마지막 날


차가운 바람 가운데 나를 세워 본다


그 기록이 언어의 날을 세우고


내 무딘 세월을 다듬어 주길 바라며


유심을 무심으로 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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