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쓰는 글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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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을 지웠다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났다


화창한 날씨,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높았다


한라산 남쪽의 오름 들, 오늘의 글이다


표선에서 익숙한 길을 달려 군산 오름 주차장을 만났다


상예동 주차장을 누가 소개해 줬다


처음 만나는 오름인데, 한라산 뷰를 보면서


찾을 수 있다고 기운을 주었다


다른 코스도, 차량으로 정상 가까이 오를 수도


하지만 네게는 한라산 뷰만 가슴에 닿았다


상예동 주차장엔 내 차가 전세를 냈다


시간이 지나도록 그렇게 혼자였는 듯하다


계단을 오르며 억새와 한라산, 또 바다


가슴에 영롱해지는 글을 만났다


정상에 오르니 바위들이 반겼다


눈은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을 따르고


가까운 바닷가는 박수기정이, 화순 은모래 해수욕장이


눈을 드니 중문의 멋진 해안들이


추억에 녹아 화사한 글이 되었다


손이 아닌 눈이 글이 되고 있었다


올레길 표식을 따라 전망대와 주차장까지 두루 돌았다


차로 되돌아 내려오는 길은


새김질을 하는 언어의 향연이었다


사람들에게 한경에 있는 저지 오름을 너무 들어


그 속에서 언어들을 만나고자 떠났다


국제 학교를 지나고 설록차 단지를 건너


차는 더디게 저지 오름 앞으로 인도했다


주차장을 안내받으면서 찾은 곳은 올레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계단으로 오름을 탔다


안내판에는 둘레길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나뉘어 있었고


우선은 정상이단 마음을 지녔다


정상에 오르니 전망대와 지킴이가 있었고


길을 물으니 정상부가 한 바퀴 돌도록 되어 있다 했다


돌다가 올레길 표식을 만나고 따르다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기이한 길을 만나게 되었다


결국 아래 둘레길을 만나게 되고


멈춰진 길과 움직이는 길들을 구분하면서


힘겨운 언어들을 만나는 시간을 지녔다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까이 있는 금오름을 안내받고


저지의 견문이 서로 내 언어에서 어긋나는 일을


재생해 보겠다는 생각을 지녔다


저지를 떠난 걸음은 자연스럽게 금오름으로 향했다


금오름은 평화로 가까이 있었고


주차장이 넓었으며 정오인데 그 시간 사람들이 많았다


약간 중산간으로 들어온 곳에 위치한 금오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


분화구와 둘레길이 억새와 그림이 되는 곳


가까이 새별 오름을 찾을 수 있는 곳


연인들의 산책로가 되어 있는 듯


숱한 인물화가 분화구에 안겨 있었다


정상에 올라 분화구 둘레길을 음미하는 일은


몸 언어의 향연이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고 웃음이 웃음을 만들며


오름과 하늘, 억새와 내일이 어울려


개인의 역사들이 영글고 있었다


걸음이 글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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