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아침이 왔다
아마 해가 구름 저 너머에 있을 게다
하지만 유월절 그날처럼 온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눈비를 잔뜩 품은 구름이 공간을 짓누르고
우리네 마음들은 어둠살이 깃들어 있다
물리적인 아침이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밖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
몸은 움직여야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을 시작하는 일기의 모서리가
날씨로 열리고 있다
안전 안내문자가 폰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
내 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은 듯
하얀 바탕에 까만 글씨로 정보를 전하고 있다
한라눈꽃 버스는 결행되고 있다 한다
노선 버스들이 우회운행 중이라 한다
평화로, 애조로, 번영로가 그 기능을 하는 듯
제주의 산악 지대는 눈으로 덮여 있는 모양이다
이제 어둠이 가고 나면 한라산 정상 가까이는
하얗게 눈으로 반짝이며 제주의 어디에서도
그 빛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게다
지금 내가 있는 표선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작은 차량으로 쉽게 도로에 나갈 마음을 내지 못한다
오늘은 가능하면 뚜벅이로
제주의 하늘을 만나야겠다 생각한다
하루가 더디 오고 있다
바람과 심리적인 추위는 창밖에서 더욱 심하다
집을 나서는 마음은 유월절 그날처럼 떨린다
물리적인 아침은 심리적인 밤과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