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서보면 겨울은 겨울이다
모든 풀들이 색깔을 잃고
창백하게 변색되어 바람에 긴 머리칼을
그냥 맡기고 있다
그들의 의지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주어지는 대로 찾아오는 대로 자신을 맡기고
하얗게 자신을 불태우며 존재한다
훈풍이 불어 새로운 날들이 찾아와
자신들을 추억이나 해달라는 것인지
흔들리며 흔들리며 고갤 숙이고 있다
지나온 시간이 그들의 기다림은 아닐 거다
태양을 의지하고, 열매를 맺으며 키우고
풀벌레를 친구 삼아 긴 밤을 보냈던 것도
그들의 찾음은 아닐 게다
시간과 섭리라는 괴물 같은 언어가
그들의 어깨를 가늘게 한 것일 것이다
그들에게 내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겨울은 겨울이다
거리에선 퇴색한 노래들이 줄줄이
마지막 음률을 고르고 있다
가슴 저린 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