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많이 껴입어도 몸이 떨리던
바람이 칼날이 되어 주위에 머물던
계절이, 이젠 초록의 물결에 자리를 내어주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당에 가득해지는
꽃들과 새들이 그윽한 향기와 맑은 소리로
계곡을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닮은
모두가 분주해지는 세상이 되는데
내 어깨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난 돌이 되어 있다
따뜻하고 빛나는 계절은 담장 밖에 있다
오늘도 난 담장 곁에 서있다
넘을 생각도 없고 넘지도 않는다
넘어가면 꽃들도 볼 수 있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으련만
훈풍에 심신을 맡겨
봄을 가득히 안을 수 있으련만
난 담장을 넘지 못 한다
담장은 내가 넘기엔 너무 높다
주저앉기를 잘 하는 내 심신은
계절의 바뀜을 인지하지 못 한다
나무엔 눈이 터지고, 거리엔 아지랑이가 이는데
내 어깨엔 아직 눈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