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날

by 이성진
20201130073437543242.jpg


어제 보낸 11월이 아직도 앞에 있다. 아침, 생각 외로 시간이 넉넉하다. 이렇게 11월을 붙잡고 놀 수 있어 행복하다. 마지막 날, 11월은 차가운 기운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오늘은 얼마나 마음을 얼어붙으랴. 바이러스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힘들게 할까? 사람들은 또 얼마나 이웃들을 외면해야 할까? 세월의 무게가 가득히 느껴지는 11월의 마지막 날, 그래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즐겁다.


가는 시간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으랴. 가는 자는 가야 하지 않으랴


오늘도 내일인 양

마음을 붙잡고

그렇게 거리에 서고, 그렇게 강을 보고, 그렇게 나무를 보고

그렇게 사람을 바라본다


내일은 분명히 채색된 그림으로

빛의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을 믿으며


가능하면 사람들과의 약속을 잡지 않는다. 다음 기회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둔다. '언제 일까?'는 나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뒤로 밀어 둔다. 대신 자연들과의 약속을 잡는다. 호수와 강가 개울과 나무, 꽃들과 하늘, 그리고 길을 만나길 마음에 둔다. 그렇게 시간을 만난다. 시간은 항상 옆에 있는 것인데, 그 시간이 무척 낯설게 느껴지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어제와 오늘처럼 한정적인데, 그 심리적 거리는 엄청나다. 11월과 12월, 이렇게 언어를 분절해 놓으니 그만큼 시간의 무게가 가득히 밀려온다. 오늘 열심히 사는 것이 답이다. 그 외에는 미뤄두는 것이다. 잊어가는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