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물상들을 시나브로 내려놓고 있다
동쪽 산자락 언저리에는 붉은 기운이 몰려들고
답답하게 막아 놓았던 검은 천들이
하나씩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분해되어 가는 현장에 서있다
놀라운 모습이다. 신비로운 현장이다.
사물들이 입을 열어 새들의 지저귐처럼
곳곳에서 소리를 뿜어 낸다
차량들이 질주를 시작하고 나무들이 속삭이기 시작한다
무색의 소리가 색을 입고
거리거리에 넘쳐나기 시작했고
내 눈은 마술에 도취된 듯 나타나는 물상들을
동공을 확대하며 바라보고 있다.
하루가 열리고 천지는 다시 색을 입었다
그것이 인생들의 경이로운 시작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