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 누워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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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잔해가 새로운 날들을 기약하는 듯해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지난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런 낙엽들이 땔감으로 남아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땅에 깔려 있다는 자체가 풍성함을 드러내는 듯해 보기가 좋습니다. 융단 같은 느낌이 들고 저 낙엽 융단 위에 몸을 뉘고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고픈 하루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부터 내린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빙허의 '운수 좋은 날'에 나오는 비처럼 질척거립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질척거리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눈이 아니라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이 비가,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기에 눈 대신 내리는 비도 감사함의 원천이 됩니다.


이제 저 낙엽들이 비를 머금겠지요. 그리고 생명들에게 공급하겠지요. 공급하는 물은 맑고 고운 물이 되겠지요. 낙엽들이 품었다 내어놓은 물은 최상의 급수를 자랑하는 물이 되겠지요. 어디에서고 볼 수 없는 생명수가 되어 우리 곁으로 오리라 생각합니다. 낙엽이 거름막이 되어 정화된 물은 생명체에겐 더 없는 보약이 되는 셈입니다. 그 물을 우리는 계곡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슴들이 계곡물을 마시고 그렇고 고고해졌지요. 계곡, 사슴, 청아함, 고결함이 가득히 마음에 와 닿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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