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만나면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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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가장 깊은 어둠이 머물고 있는 시간이리라. 새벽 3시,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 이 시간에 내 의식은 말갛게 세탁되어 있다. 하루 중 잠은 어느 정도만 자면 되는 듯하다. 피곤이 덮쳤는지 어제저녁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니 이렇게 일찍 일어나 버렸다. 이 시간 혼자서 무엇을 하기엔 정말 좋은 시간이다. 의식만 맑으면 말이다.


지금 그런 시간을 만나고 있다. 언어의 도움을 받은 나는 인간의 생각,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우주와 요정, 영적인 공간까지 두루 마음에 담는다.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세계, 그 이상의 세계까지 넘나들고 있다. 신비가 가득한 시공간의 내용들이 이해의 범주 안에 들어와 있다. 신학도 철학도 예술도 마음에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언어에 배어 있는 향기가 많이 느껴진다.


이 시간, 스스로를 정밀한 세계 속으로 밀어 놓는다. 그 세계는 비가시적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없지는 않을 듯하다. 우리의 심령 속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 속에 너무 매몰되는 것도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정밀한 시간, 원초적인 것들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새벽의 시간은 그렇게 내 주변에 머물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하루를 계획하는 것도 이 시간의 일이다. 오늘은 어떻게 흘러갈까? 너무도 현실적으로 돌아온 시간이다. 그런 시간도 필요하리라. 너무 신령스러운 시공간에만 머물면 현실이 희미해진다. 서로 잘 조화가 되는 시공간이 되어야 하리라. 언어는 그 둘의 조화를 멋지게 이뤄준다. 언어가 만든 세상은 인간 지혜의 축적이다. 오늘도 그 길목에 서서 세상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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