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길에 나섰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도하고 그 옆에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 장미들이 피어나고 숨 죽이고 하는 있는 모습이었다. 조금은 양지바른 곳이기는 하다. 하지만 바람이 싸늘하게 부는데 꽃을 피우고 있는 장미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뭔가 선구자 같은 냄새가 풍겨 나오는 듯해, 경이로웠다.
이제는 꽃잎들을 고이 갈무리하고 땅 속에 침잠하고 있을 시간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 장미 꽃잎이었기에 그랬던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꽃이 아름답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월의 장미만큼 싱싱하진 않아도 의연한 자태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는 시간과 계절을 도외시한 장미에 경의를 담았다. 이제는 겨울에도 피는 꽃이 되련 지 어찌 알 것인가? 지구가 돈다고 주장하던, 당시에는 정신 이상설이 가득했던 사람이 떠오른다. 세상이 모두 어찌 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