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2

<나의 출가 이야기>

by Jei



경찰서 앞 밥집에서 아버지 친구, 아버지의 큰 누나 부부와 작은누나 부부, 여동생 부부를 만났다. 코로나의 전염이 한창 시작되던 때라 아버지는 먼저 병원 검사실로 옮겨졌다. 모두가 당황해할 따름이었다. 아버지의 여동생, 막내 고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담당 형사에게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물어보고 아버지가 검사를 받는 병원 장례식장을 예약 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더욱 저렴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버지 식구들이 이런저런 곳에 연락했고, 시체를 옮기느니마니 하는 사이 큰고모부가 지인에 지인을 거쳐 병원장과 연결되어 편의를 봐주게 되었다. 막내 고모부는 “역시 형님이시라고” 몇 번을 외쳤다.





장례식장 예약은 별것 없었다. 관, 수의, 제사음식, 접대 음식 모두 가격을 맞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모든 비용은 가족 중에 현금 순환이 좋은 아버지의 작은 누나, 둘째 고모가 우선 부담하고 있었다.


저금해 둔 돈이 없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다 갈 때쯤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와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고모들은 곡 소리를 내었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입에서는 이미 꽁꽁 얼어버린 시체를 향해 저절로 “괜찮아, 아빠, 이제 괜찮아”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영안실에서 나와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둘째 고모네 집으로 가서 사촌 오빠와 새언니를 만났다. 지난달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야식을 먹자는 걸 거절하고 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누웠는데 부엌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에 배 속에서부터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 가는 길 깜깜한 적막이 떠올랐다.


다음날 도착한 장례식장도 그랬다. 할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셨고, 고모들은 그동안 아버지의 이혼을 미국에 이민 가 잘살고 있는 거로 알렸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누구에게든 연락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해 장례식장을 지키는 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의 문상객 외 우리들뿐이었다.


고모들은 평소 유난히 말수가 적은 아버지라 얼마나 답답했는지, 그 성격처럼 병원 한 번 제대로 가지 않고 죽었다며 한탄했다. 저녁이 되면서 모인 아버지 친구들이 술을 마시며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던 이야기, 사업 실패로 사채까지 썼던 이야기, 빚 때문에 식당 생활을 얼마나 혹독히 했는지…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모두가 잠이 들고 술에 취해 끝까지 남아 영정사진을 지키는 아버지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과묵했지만, 아빠만의 언어가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걸로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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