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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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시체는 정확한 사인을 위해 응급차를 타고 부검에 보내졌다. 결과와 함께 경찰 형사를 만나고 마지막으로 시체를 확인하는 시간. 더욱 왜소해진 듯한 아버지를 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화장터로 가기 전 마지막 인사로 하는 조촐한 제사상에 무어라도 내가 해주고 싶었다. 망자를 위한 염불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나는 법성게를 터지는 눈물을 참으며 외웠다. 화장터로 가서 재가 되어 나오는 아버지를 볼 때까지, 모두가 침묵으로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아직 온기가 남은 뼛가루를 품에 안고 배를 타 바다 한가운데에 뿌렸다. 배에서는 연세가 지긋한 직원이 간단한 제사 의식을 도와주었다.
제사상은 초라했지만, 노인의 경건한 표정과 몸짓은 위로가 되었다. 반면 아버지네 집 식구들은 몹시 화가 나버렸다.
직원이 제사에 쓴 술잔이 비위생적이었다고 한다. 누가 썼을지 모르는 술잔을 제대로 세척도 하지 않고 망자가 가는 길을 위한 것이라며 가족들에게 한 잔으로 술을 권했다는 것.
심지어 옆에 놓여있던 종이컵도 새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이 시국에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욱하는 성격의 큰고모부가 노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구박을 주는 것으로 시작해 배에서 내려서 육지 직원에게 사촌들까지 합새해 따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는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으로 먼저 차로 돌아왔다.
결국 잘못을 인정하는 각서를 받았다는 것 같다.
삼우제를 지내는 날 아버지가 지내던 식당 2층 방에 고모네 집 식구들과 돌아가 보았다. 그 사이 식당에 새로운 지점장이 와있었고 창고에 있던 아버지 박스 짐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보르로 사서 쌓아둔 담배며 홍삼 제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에는 말을 붙이기 어렵게 손님이 많았다.
가족 모두가 놀라 몇 마디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얼마나 여기서 고군분투했는지 상상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무심 했었다. 물론 그런 침묵도 잠시 고모들은 아버지 유품 앞에서 갑자기 생활력을 선보이며 쓸모있는 물건을 고르느라 바빴다.
49재 첫 제사를 시작한 날 아버지네 식구들과 아버지 친구들과 다시 돌아가 짐을 제대로 정리하려고 할 땐 너무나 전투적이라 아버지 친구들이 방에 발을 제대로 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모두 자질구리한 생필품 밖에 남은 게 없었는데... 소란스러운 사이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가죽 지갑 세 개를 찾아 일 층으로 내려갔다. 선글라스를 쓰고 모여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 친구들에게 마지막 유품으로 주고 싶었다.
며칠 뒤 둘째 고모네 부부와 식당에서 근무 중에 객사한 아버지를 위한 위로금을 청구 하기 위해 식당 사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고모부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고, 고모는 아버지의 식당 생활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그렇다고 뻔뻔스럽지도 않았다. 아버지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49재의 나머지 제사는 코로나로 인해 절에 갈 수 없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각자의 집에서 보게 되었다. 아버지도 바라는 것일 수 있겠다 생각되었다.
나는 강원도로 귀촌한 어머니 집에 있었다. 한 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그냥 흘렀다. 다른 모두에게는 일상이 계속해 찾아왔겠지. 시간이 많은 나는 잠을 잤다. 무중력의 상태가 되고 싶었는데...
현실에서는 이상하리만큼 견딜 수 없는 허기와 갈증을 느꼈다. 치킨도 먹고 피자, 돼지갈비, 소고기구이... 어려서 먹던 음식들을 먹었다. 무심하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먹고 싶은 데로 먹고 다른 동물들과 다를게 없었다. 이따금 꿈을 꾸는 그때서야 지난날을 곱씹어 보며 아빠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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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것이 결국 사회에서 겪는 문제에 결정적 원인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감각을 가졌었다. 태생적으로 인간의 본질적 욕구가 아니라 아름다움에 마음을 썼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그러한 두 인간적 순수성에 서로 끌렸으리라고. 하지만 이를 온전히 알아차리지 않고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두 분은 평범한 삶을 사셨다. 깨어있지 않은 세상 속 영원한 사랑은 없기에 우리가 스스로를 교육하지 않으면 사랑을 지키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어머니는 오늘도 아버지가 남기고 간 것을 정리한다. 실로 필요한 서류 정리도 있지만, 그보다 이제는 나와 동생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서.
아빠, 세상에서 엄마를 찾아 나의 아빠가 되어주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