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내 뜻대로 움직여라’
“너는 내 뜻대로 움직여라.”
중견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오너로부터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듣게 된다.
그렇다고 정말 생각 없이 움직이는 것이
제대로 된 충성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너의 뜻을 그대로 실행하는 건 복종이다.
하지만 맥락 없는 기계적 복종은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리스크를 남긴다.
그 뜻이 조직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점검하는 건
분명한 책임이다.
진짜 프로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오너가 원하는 사람은
Yes-man이 아니다.
오너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오래 살아남는 2인자는
결정에는 빠르게 따르되
리스크는 반드시 정리해 전달한다.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오너가 감정적으로 밀어붙일 때
정면 반박은 답이 아니다.
데이터로 밀어붙이는 것도
결국은 또 다른 충돌일 뿐이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한다.
“대표님 방향 이해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의 리스크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논리는
주장이 아니라
판단을 돕는 재료로 깔아 두는 것이다.
오너가 틀렸다는 걸
말로 설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질문으로는 가능하다.
“만약 일정이 2개월 정도 지연돼도
같은 결정을 유지하는 게 맞을까요?”
“이 사안을 실패로 정의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로 보시면 될까요?”
사람은
틀렸다고 지적받으면 방어하지만
스스로 말하게 되면
생각을 바꿀 여지를 만든다.
오너를 설득하는 사람은 오래 못 가고,
오너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은 남는다.
“저 사람 없으면 회사가 안 굴러간다.”
이 평가는
성과보다 구조에서 나온다.
문제를 사람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언어로 바꾸고,
대표가 몰라도 되는 일은 걸러내고,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크는
징후 단계에서 올리는 사람.
그래서 오너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저 사람 덕분에
머리가 편하다.”
승계 국면이나
2세 경영이 시작될수록
줄을 잘 서는 사람보다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 남는다.
누구의 사람도 아니고
회사의 사람.
시스템을 남기고,
기록을 남기고,
말은 최소화하는 사람.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오너에게는 판단의 재료를 주고
조직에는 움직일 기준을 주며
자신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중견기업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2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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