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늘 ‘무난한 사람’을 뽑게 될까
국내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에서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우리 회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공채 신입 선발은 비용과 리스크 부담이 커 시도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인력 충원은 경력직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전략기획, 신사업·해외사업 검토, 재무분석, 디지털 전환, 이커머스와 같은 영역에서는
단순한 실무 경험을 넘어선 전문성과 판단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를 중견기업으로 모시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반복되는 면접, 반복되는 딜레마
채용이 불가피해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지원자 중에는
전문성도 뛰어나고, 리더십도 충분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가 기대하는 처우와 역할을
우리 회사의 현실이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설령 어렵게 조건을 맞춰 입사를 하더라도,
이런 수준의 인재는 외부 기회가 끊이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전 직장과 비교했을 때
우리 조직의 시스템, 인프라, 의사결정 속도가
부족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크다.
조직문화에 대한 적응 문제 역시 현실적인 변수다.
결국 우수 인재일수록
단기간 이탈 리스크를 함께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무난한 선택’을 반복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면접 후보자 중 가장 뛰어나 보이는 사람을
선뜻 선택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명확히 저성과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을 수도 없다.
결국 선택지는 비슷해진다.
무능하지는 않지만,
최고 수준의 인재도 아니고,
조직문화에는 비교적 잘 적응할 것 같은 ‘무난한 사람’.
문제는 이 선택이 반복될수록
조직의 맨파워가 상향 평준화되기는커녕
정체되거나, 서서히 약화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안목의 문제일까, 구조의 문제일까
이 딜레마는
채용 면접관의 안목 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중소·중견기업이 구조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한계일까.
곰곰이 고민해 보니,
오히려 채용의 기준과 기대치가 여전히 ‘대기업 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대기업의 채용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 인재를 선발하고,
그 역량을 최대한 오래 활용하는 구조에 가깝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그 게임에서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
중견기업 채용의 질문은 달라야 한다
중소·중견기업 채용의 핵심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머무는 동안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
유능한 인재가 오래 남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현실적으로 내려놓는 대신,
그 사람이 일하는 과정에서
• 일의 기준이 정리되고
•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 의사결정 방식이 한 단계 정교해지고
• 조직의 일 밀도가 올라간다면
그 자체로 조직에는 분명한 자산이 남는다.
사람은 떠날 수 있다, 조직은 남아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채용은
완성된 인재를 ‘소유’하는 게임이 아니라,
성장 곡선이 살아 있는 사람을 통해
조직 자체의 레벨을 끌어올리는 전략에 더 가깝다.
사람은 언젠가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조직이 한 단계씩 강해진다면,
그 채용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대다수의 중견기업에게는 말이다.
중견기업에서 채용을 직접 고민해 본 다른 분들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고 계신지 궁금하다.
‘오래 남을 사람’과 ‘지나가며 흔적을 남길 사람’ 중,
여러분은 어떤 선택이 더 현실적이었다고 느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