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지킨다는 것, 그리고 물러서지 않는 선택 (59)

by Jace

나는 조직 안에서 되도록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편이다.

적어도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회의에서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충돌보다는 합리적인 조율을 택해왔다.


조직은 감정이 아니라 결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며 분명히 알게 된 게 있다.

모든 갈등이 조율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권한을 앞세운 부당한 압박과 말의 폭력 앞에서는

침묵과 양보가 중립이 되지 않는다.


그건 사실상 수용에 가깝다.


처음에는 참고 넘겼다.

조직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그리고 ‘괜히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줄이지 못했다.

압박은 반복됐고,

요구는 점점 더 무리해졌으며,

그 방식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이건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그래서 태도를 바꿨다.

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말과 결정을 기록으로 남겼고,

감정 대신 사실과 원칙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지점은 억지에 대한 양보와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이 지켜야 할 기준이다.”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연하지 않다’는 평가도 따라왔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

그 방식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최소한,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조직에서의 정당방위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조직이 망가지지 않도록,

그리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선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선을 지킨다는 것은

항상 참고 넘긴다는 뜻이 아니다.

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물러서지 않는 선택이 필요하다.


조직은 그런 선택 위에서만,

조금씩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