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사람 아닐까
성과가 전부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숫자는 분명했고,
결과는 냉정했으며,
평가는 정확했다.
성과를 내면 인정받고,
내지 못하면 설명해야 했다.
회사란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경험을 했다.
성과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 순간이었다.
설 연휴에 두바이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직원이
작은 초콜릿 몇 개를 건넸다.
“맛 좀 보세요. 두바이 초콜릿이에요.”
요즘 유명하다는데, 나는 잘 모른다.
덕분에 처음 맛봤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초콜릿과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맛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먼 길을 다녀오며
직장 상사를 한 번쯤 떠올렸다는 사실.
그 생각의 시간이
초콜릿보다 더 진하게 남았다.
고마운 마음에
그 직원을 포함해 몇몇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GFC 뒤편 ‘옥된장’에서
수육과 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격식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회의실이 아닌 자리에서는
직급이 조금 옅어진다.
보고도, 결재도, 지시도 없다.
그저 같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일 뿐이다.
근처 ‘조선커피’에서 카푸치노로 마무리했다.
월요일 오후가 다시 시작되기 전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시간.
하루는 여전히 바빴고
해야 할 일은 그대로였지만
마음의 결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우리는 흔히 큰 성과를 꿈꾼다.
조직을 성장시키고,
숫자를 끌어올리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
리더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기억 속에 또렷이 남는 것은
성과표의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나눈 한 끼 식사,
건네받은 작은 선물,
별 의미 없는 따뜻한 말 한마디일 때가 많다.
직장은 계약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관계로 굴러간다.
성과는 기록에 남고, 관계는 사람에게 남는다.
그날의 초콜릿은
이미 다 먹어 사라졌지만
그 마음은 아직 남아 있다.
아마도
성과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사람 아닐까.
그리고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리더로서의 균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