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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주 Jan 20. 2023

사랑하는 시온이가 떠나갔다.

이 글을 쓰는 날로부터 10일 전..

추운 겨울 1월 10일 새벽에 사랑하는 나의 딸 시온이가 천국으로 떠나갔다.


임신 때 발견된 림프관종이라는 종양을

돌이 되기까지 힘겹게 제거하고,

얼마 전 두 돌을 맞이해서 기쁘게 생일 파티를 했는데.

새벽 3시에 울면서 깨어난 시온이가

숨을 잘 못 쉬는듯해서

남편과 나는 아이를 안고 열심히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다가 “안아줘요”라는 한마디를 남편에게 남기고

숨이 넘어가버린 아기.


119에 급하게 전화를 걸고,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계속 심폐소생술을 했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내려갔다.

그때 축 쳐져서 뒤로 힘없이 꺾어져 버리던

아이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은 아이와 119 구급차를 타고 떠나고

나는 남아있는 아들 곁을 지켰다.

친정어머니가 급하게 오시고

나도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당연히 시온이가 깨어날 거라 생각하고 아이의 패딩을 챙겼다.

신발까지 챙겨갈까 하다가 괜히 짐이 될듯싶어서,

깨어나면 내가 계속 안아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잠바만 챙겼다.


병원에 도착하니 엉엉 울고 있던 남편.

나는 울지 말라고, 의료진이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으니 울지 말라고 했다.


두 시간이 넘게 지속된 심폐소생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소생실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계속 물었다. 의식이 돌아왔나요? 맥박이 돌아왔나요?

시온이는 한 번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전공의인지 인턴인지 모를 한 선생님이 우리를 불러서 종종 시온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원래 성인은 30분까지만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본다고 했다. 시온이는 이미 두 시간이 넘었고... 3시간까지 시도해 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마음 준비를 하라는 말로 들렸다.


병원에 온 4시 2분.

3시간을 채운 7시 2분.

결국 시온이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미상.

피검사, 엑스레이 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검안과 부검을 거치고 나서도

사인은 미상.


병원에서도 그랬다.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아이가 심정지가 되어 병원에 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의식이 없어도 대부분 심장은 뛰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를 잊어버리는 게

너무나도 싫어서,

2년 5일간 살았던 아이를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기가 싫어서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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