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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Jan 04. 2024

#30 또다시 사랑이 올까요

 

 불현듯 기억이 막 몰아치는 거 보니 ‘한 시절이 지나려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밤이 길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더없이 행복했다가 서운하고, 미워하고, 이별하고 남이 되는 일. 결국 끝을 마주하게 되는 일. 단순한 듯 절대 단순할 수 없는 그 일에 울고 웃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간다. 한 계절을 함께 건널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인지 알고, 평범한 날들 속에서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눈빛도 알게 되었다. 모두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 중 하나라고 하기에는 모두 그 시절의 나와 당신이었기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무려 ‘사랑’이 시작되기까지 수많은 감정이 소모된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자책하고, 한탄하고, 잠시 설레고, 무너지고, 초연해졌다가, 조급해졌다가 결국 체념하듯이. 그럴수록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사람과 사랑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기준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 되기도 한다. ‘그 사람처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꾸밈없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변함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오면 온 마음이 흙탕물이 된다.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덜컥 사랑부터 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비록 그 끝에 상처받은 마음이 남을지라도 겁부터 먹지 않고 용감하게 사랑하던 때 말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기에 앞서서 조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겁먹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이 뭐 생각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조심하고,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사람을 조심하는 건 나쁠 건 없겠지만.     


 겨울도 끝나가는 듯 날씨가 많이 풀린 듯하다. 나는 뒤늦게 겨울을 맞은 듯 아직 많이 시리지만 내가 정의한 ‘마음 절기’의 힘을 믿는다. 다시 맞이할 봄을 위해 긴 밤을 이겨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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