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억나? 내가 있는 곳은 지금쯤 철새가 엄청 많다는 거 말이야. 전봇대마다 앉아 있는 새들과 파란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며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었잖아. 나는 아직도 철새를 보면 우리가 예전에 하던 이야기가 생각나. ‘저 철새들은 떠나가는 걸까, 떠나오는 걸까. 어쩐지 떠나는 뒷모습 같지 않니?’라고 했던 이야기.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익숙한 표정. 네가 종종 짓던 표정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너를 안아주고 싶었는지 몰라. 나는 지금도 철새를 볼 때마다 너의 표정과, 철새의 운명을 생각하게 돼. 한 계절 내내.
누구나 온기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 아무도 옆에 없을 때의 그 한기가 견디기 어려울 때. 다른 무엇이 아닌 사람의 온기가 절실할 때. 나한테도 그런 시기가 있었잖아. 그때 사람의 마음에도 철새가 사는 것 같다고, 당장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한참 난리 쳤었던 거 기억하지? 그렇게 숱한 뒷모습을 보이고 떠났다가 다시 허무한 표정으로 돌아와 네 앞에 앉아 있을 때 네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 “사람마다 마음의 겨울은 다 달라,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 언제고 떠났다 다시 돌아와. 나는 늘 여기 있을 거야.”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나를 울리고 녹였었는데.
내가 있는 곳이 얼마나 더 따뜻해져야 네가 다시 올까. 언젠가부터 네가 지었던 표정 그대로 너를 기다려. 의연한 듯 쓸쓸한 그 표정으로. 그럼 너도 나를 안아주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꼭 잊지 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꼭 잊지 마. 난 늘 여기 있어.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남쪽의 겨울에서, J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