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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blank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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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Jan 17. 2024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


Dear. (            )     


 ‘사랑할 때 당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요?’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어. 답변이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 너도 알다시피 내가 표현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애교가 많은 편도 아니고, 다정한 편도 아니잖아. 뭐 하나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어. 그래서 뭐라고 답변했는지 알아? ‘뭘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적당히 애매하고, 어딘가 비겁한 답변으로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게 사실이니까. 


 사랑이라는 게 처음에는 다 열정이 과다하잖아. 하루라도 떨어지면 보고 싶고, 있는 것 없는 것을 모두 주고 싶고, 뭘 해도 사랑스럽고, 작은 실수쯤은 귀엽게 넘어가고, 배려하고, 서로가 가장 우선이 되잖아. 자기가 가진 마음이 100%라면 150%를 쓰는 게 처음 사랑이 시작될 때 아닐까? 나도 그랬어. 사랑하는 마음만 있는 그때는 ‘나 자신’조차도 뒷전이 되었는데 뭘. 말 그대로 최선을 다했어, 그 사람과 그 사랑에. 그 결말은 어땠을거 같아? 점점 그 사람의 마음에서 밀려 나가고, 혼자 우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결국 다시 남이 되었지. 그때부터 알았어, 결국 사랑은 변하게 되는 거라고.      


 그래서 비겁한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도 몰라. 너는 사랑하면서도 끝나는 순간이 두려워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 기분을 아니? 받는 만큼만 주는 사랑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아, 이런 걸 사랑이라고는 부를 수나 있을까. 언젠가는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네 생각이 많이 생각났어. 넌 내가 겪은 사람 중에서 제일 솔직하고, 변함없고, 계산 없이 나를 사랑해 주던 사람이니까. 그런데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네 눈에 내가 얼마나 못나 보였을지 생각하면 끔찍해져. 그래도 덕분에 제대로 알았어. 내가 계산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건 나에게도, 상대에도 독이 될 뿐이라는 걸. 그런 의미에서 너에게는 참 미안해.      


 사랑할 때 내가 무엇을 제일 잘할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래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조금은 더 마음을 열어 볼게. 너라면 분명 응원해 줄 거라 믿어. 여기는 눈이 펑펑 온다. 포근한 겨울이길 바라. 그럼 안녕.        

  

PS. 사랑할 때 네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뭐야?          



새하얀 어느 겨울에서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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