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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은 Feb 15. 2024

#50 해수어

  

강물에서 짠 내가 났다 바닷물이 역류했다더니 사실이었나 먼 길 거슬러 온 바닷물고기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다 팔자려니 발길을 돌렸다 그런 기이한 일은 어디서든 종종 일어나니까 그날 저녁 밥상에는 생선구이가 나왔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게 간이 딱 좋아 뼈까지 씹어 먹었다 그런 나를 너는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실핏줄이 다 터진 낮에 본 물고기 같은 눈을 하고서 뭐라 뻐끔거리는 것도 같았는데      


바다에서 나고 강에서 죽은 생선이 끝도 없이 떠밀려오는 꿈을 꿨다 배가 점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너는 웃으며 말했다 너도 팔자려니 생각해 혓바닥에 가시가 돋았다 치우지도 않은 저녁 밥상 옆으로 물 발자국만 몇 개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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