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wind bell)과 바람은 어떤 사이

by 제제

바람이 살랑이고 있다. 바람이 감나무 잎을 간질이니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달려온다. 감잎에 부딪힌 햇살은 금빛, 초록의 스팽글로 장식한 옷을 입고 반짝반짝 나의 시선을 홀린다.

집 둘레를 감싸고 있는 나무 데크는 나의 노천카페다.

데크 기둥 밖에는 덩굴장미가 줄기로 벽을 만들며 꽃과 향기를 전하고, 기둥마다 고리를 달아 행잉 화분을 걸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튜니아, 로벨리아 등이 가득했었는데 올핸 박쥐란과 풍경만이 매달려 있다.


데크엔 세 개의 풍경이 바람을 기다린다.

어느 날,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곧장 구입한 대나무 풍경 큰 것, 작은 것 한 개씩.

낙산사에서 동해를 보며 차를 마시다 데려온 놋쇠 풍경 한 개.

풍경은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는 자지 않고 수행에 임하라’는 뜻과 쇳소리를 싫어하는 산짐승을 쫓는 용도도 있어 절이나 암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집도 고라니, 너구리 같은 산짐승이 들르는 데 도움이 되려나? 아니, 난 짐승들이 찾아오는 게 좋은데.’

대나무 풍경은 길이가 다른 대나무끼리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가 목탁 소리와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작은 것은 현관 쪽, 큰 것은 거실문 쪽에 있는데, 설렁설렁 부는 바람엔 adagio(느리게)로, 씩씩한 바람에는 vivace(발랄하게 빠르게)로 연주한다.

놋쇠 풍경은 가벼운 범종 소리처럼 맑고 여운이 길며, 웬만한 바람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세 개의 풍경이 연주하는 날, 바람은 거칠다.

신이 난 건지 화가 난 건지 나뭇가지는 휘청거리고, 놋쇠 풍경은 ‘땡땡땡’ 대나무 풍경은 ‘퉁퉁 텅텅 딱딱’ 마구 부딪히며 엉터리 연주를 하다가 뒤엉켜 버린다. 바람이 산들산들 기분 좋게 불어오면 세 풍경의 어우러짐은 멋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된다. 비가 오는 날, 자연의 화음까지 얹어지면 정원이 있어 새삼 행복해진다.

오늘은 두 개의 대나무 풍경이 하모니를 이루며 연주하고 있다. 귀여운 울림이 편하게 들린다.


풍경과 바람은 어떤 사이일까?

풍경은 단어만으로도 ‘멋진 풍경소리가 나겠지’하고 기대하게 되지만, 바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모습만 존재하지, 풍경 본연의 역할인 소리를 울리지 못한다.


풍경은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은 장미를 만나 놀다가 감나무로,

소나무에 들렀다 수국으로.

라벤더를 거칠게 흔들어 놓다가

세이지엔 다정하게 속삭인다.

풍경은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이 둘러 둘러서

올 거란 믿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린다.

바람이 오면

부드럽게 맞으며

아름다운 연주로

답하리라 다짐하며

풍경은 오늘도 바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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