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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an 03. 2022

안과 밖

2022년 세계일보와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새해는 늘 신춘문예 당선작을 찾아 읽는 것으로 문을 연다. 특히, 소설. 신춘문예에 대해서는 작가 등용문으로서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각이 종종 있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깊이를 지닌 작가와 작품을 틀림없이 만나게 되는 터라 반갑게 찾아 읽는다.


오늘은 두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세계일보와 한라일보 당선작. 전자는 내밀하면서도 꼼꼼한 묘사가, 후자는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전개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일보 당선작 「살아있는 당신의 밤」을 읽는 동안에는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눈에 보일 듯 세밀한 묘사와 심연을 드러내는 문장들이 내면으로의 침잠을 부추겼다. 반면 한라일보 당선작 「똥」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자처럼 세밀하지도 심연을 드러내지도 않는 문장 속에서 끊임없이 똥을 언급하는 문장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작품을 다 읽고 나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냈다.






두 작가의 당선소감을 찾아 읽었다. 당선소감에서도 두 작가의 개성은 확연했다. 한 작가는 안을 탐색하고,

한 작가는 밖을 탐색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앞으로 두 작가가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 사뭇 기대가 된다.   


"저에게 글은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던지는 돌이었습니다. 던지고 던지다 보면 언젠가 뭐든 넘치겠지 하고 던져왔던 그 돌에는 빚진 이름들과 갚아야 할 이야기와 아직 못다 한 고백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쌓아 올린 돌탑의 끝에서 마침내 한 개가 도르르, 안이 아니라 바깥으로 굴러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돌이 어떤 무늬를 만들며 굴러가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흥미롭고 끈질기게 지켜볼 생각입니다."(박민경, '당선소감' 중에서) http://www.segye.com/content/html/2021/12/20/20211220518438.html


"아무리 낙관적인 사람이라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자신감을 잃기 마련이다. 밖에서 찾던 실패의 원인은 점점 내 안으로 모여들다가, 결국에는 '자신' 그 자체가 되고 만다. 그러면 중얼거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일까?// 그 슬픈 명제 속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외치고자 글을 썼다. 당신은 영원히 주저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목이 마르고 다리가 저려서라도 결국에는 일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한 고비를 넘어선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 너무 힘들다면 굳이 일어서지 않아도 된다. 그냥 거기서 지금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겨우 '그 정도'의 사람이더라도 당신은 충분히 값진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사회적으로 소위 '가치 있는 것'을 생성해내지 않아도 좋다. 오늘을 살아내고 또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강한 사람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타인에게, 또한 나 자신에게."(차수진, '당선소감' 중에서)

http://www.ihalla.com/read.php3?aid=16409628007187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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