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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Jan 02. 2022

식탁은 그냥 식탁이 아니었다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료나눔 대화법」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스스로를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사회 중산층 가장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펼친 작품이 있었던가 반문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모든 이야기를 식탁을 처분하는 하루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간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참신함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익숙함에 가까웠지만 진부하지 않아 좋았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처럼 "필요한 이야기, 사건이 벌어지는 개연성,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공감, 타인들이었던 서로에게 일어난 변화들. 그리고 유머까지. 날렵하고 영리하며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라는 평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중고거래 앱에 '무료 나눔'이라는 단서를 달아 식탁을 올리자마자 연락처를 남긴 이들과 아내와 딸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어찌나 경쾌하고 정교하던지 오랜만에 읽는 재미를 한껏 맛본 작품이었다.  


소설은 보여주는 글이다. 어떤 주장을 직접적으로 내뱉는 게 아니라 묘사를 통해 주장을 드러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자신을 전혀 무례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한 남자가 스스로가 무례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남자에게 그랬듯 독자에게도 식탁은 그냥 식탁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당선 소감. 현업인 기자직에서 얻은 몇 가지 교훈에 대한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소설가란 자격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대학생 때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신춘문예를 비롯해 여러 등단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땐 그게 꽤 충격이었는데, 시·소설 창작 모두 적어도 학교 울타리 안에선 좋은 평가를 받아와서 뭐가 돼도 되겠지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력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때다. // 작가라는 꿈에만 계속 매달릴 수 없었고, 어엿한 생활인부터 되겠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구했다. 기자직은 글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기자 초년생 땐 글쓰기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 그때 배운 몇 가지 교훈은 보편적인 글쓰기 원칙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이해하지 못한 건 쓰지 말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것 같지만, 기자 초년생들은 높은 지위의 취재원한테 기가 눌려서 대답이 잘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넘어가는 경우가 적잖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본질을 피해간다고 느낄 땐 이해가 될 때까지 취재원에게 몇 번이고 되물어야 한다고 배웠다. // 이해한 것만 쓴다. 이해하지 못하면 남겨둔다. 이러한 태도는 소설 쓰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됐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속으로 되물었고, 감정과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됐다. 아내와 남편, 딸, 인디힙합밴드가 내는 목소리를 전부 들으면서 세계의 세부들을 만들어나갔다. // 타인에 대해서 더 공감하고 연민하고 싶어서였다. 이제 그들 한 명 한 명을 약간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믿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오래 쓰고 싶다. 소설가란 자격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을 믿으면서 계속 글을 쓰고 검증받겠다. //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임현석, 당선소감 전문)


작가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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