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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지윤서 Apr 30. 2022

버드나무 홀씨? 버드나무 씨앗!

처음엔 하루살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햇살 가득한 오전 시간에 하루살이가 날아다닐 리가! 부유하는 먼지라기엔 하얗고 가벼운 모양새. 금세 홀씨임을 알아차렸다. 무엇의 홀씨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민들레 홀씨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민들레 홀씨의 모양새는 알고 있으니까.


둥실대는 홀씨의 꽁무니를 쫓아 산책로를 걸었다. 거닐다 정자 아래 잠시 쉬어갈 때였다. 솔솔 불던 바람이 우람하게 불기 시작했다. 드세지는 바람의 기운에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아다니던 홀씨가 삽시간에 공중을 장악했다. 나무 트랙을 따라 유수지로 들어서던 사람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발길을 돌렸다. 


다른 이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던 홀씨의 비행은 내게는 장관이었다. 가벼워지고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람이 이끄는 대로 부유하는 모습이라니... 그 모습에 반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홀씨에 관해 이리저리 검색에 나섰다.


유수지에서 보았던 홀씨는 버드나무의 것이었다. 버드나무 홀씨는 땅에 떨어져 솜뭉치처럼 구른다는데 유수지에서 보았던 홀씨의 모양새가 딱 그랬다. 구름처럼 몽글몽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 녀석이 알레르기도 유발하고 불이 났을 때는 불쏘시개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냥 이쁘다고 하기가 머쓱했다(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22433 참조). 하지만 그것이 어디 버드나무 홀씨의 잘못인가? 피해를 입히는 것에 골몰한 인간의 잣대 때문이지 싶었다.  


홀씨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했다. 우선 표준국어대사전. "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하여 형성하는 생식 세포. 보통 단세포로 단독 발아를 하여 새 세대 또는 새 개체가 된다." 무성 생식을 다시 찾았다. "암수 배우자의 융합 없이 이루어지는 생식. 개체가 갈라지거나, 싹이 나거나 땅속줄기에서 나와 두 개 이상의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으로, 단세포 생물과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비슷한 말로는 '아포'와 '포자'가 있다. 영어로는 뭐라 하는지 궁금했다. 스포어(spore). 


그런데 좀 이상했다. '무성 생식'의 의미도 그렇고, '포자'라는 단어도 그랬다. 다시 버드나무를 검색했다. 나무위키에서 버드나무는 충매화(벌, 나비, 파리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꽃)라 꽃가루가 날리지 않으며 속씨식물(씨앗이 과육 속에 파묻혀 있는 식물)이라 포자가 없다고 설명되어 있다. 벚꽃처럼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꽃은 강아지풀과 비슷해서 볼품이 없지만 꿀이 있어 벌레도 꼬인단다. 게다가 버드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수 구별이 있어 씨앗 날리는 것이 보기 싫으면 수그루만 심으면 된다고도 설명되어 있다. 


그러니까 버드나무는 무성 생식이 아니라 유성 생식을 하는 식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버드나무에게는 '홀씨'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암수가 결합하지 않고도 단독 발아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들레 홀씨 역시 마찬가지(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4857 참조). 민들레 역시 버드나무와 마찬가지로 속씨식물이므로 민들레 홀씨가 아니라 민들레 씨앗이라 해야 맞는 표현이다.    


바람을 올올이 품에 안고 공중으로 떠오른 버드나무 씨앗의 여정. 그 여정을 목도한 덕분에 '홀씨'를 '씨앗'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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